경제 단체들이 여당과 만나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는 상법 개정안 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반(反)기업법 통과로 현장에서 걱정이 커지는 만큼 보완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여당은 재계에서 제안하는 ‘배임죄 완화’에 공감대를 표하며, 논의를 이어가자고 제안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8단체는 9일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코스피5000특별위원회, 경제형벌민사책임합리화 태스크포스(TF)와 간담회를 개최했다.
경제계는 최근 국회에서 처리되는 법안의 입법 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점을 지적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과거에는 상법을 개정할 때마다 법무부 주도로, 전문가 특별위원회가 만들어져서 심도 있는 토론이나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법안이 논의됐다”며 “최근 두 차례 상법 개정은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처리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 부회장은 “상법뿐 아니라 노란봉투법까지 동시다발적으로 법이 개정되다 보니까 기업들이 걱정이 많다”면서 “3% 룰에 집중투표제, 감사위원 분리 선출까지 한꺼번에 개정이 되는데, 현장에서 걱정이 많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정부에서 거부권을 행사했던 내용들이 최근 1, 2차 상법 개정안을 통해서 대부분 다 개정됐다”고 언급하며 “여러 보완 입법을 통해 경영 판단 원칙이 지켜져야 하고, 추가적인 부분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서 국회에서 검토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오기형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상법 개정 두 번 했으니 다 한 것 아니냐는 말이 있는데, 9회까지 하는 야구 경기에 비유하면 이제 2회 마치고 3회 초에 들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 위원장은 일본의 사례를 언급했다. 일본의 기업 밸류업 정책인 ‘이토 보고서’는 2014년부터 시작됐고, 이후 10년간 꾸준히 추진됐다. 이 보고서는 주식시장을 매개로 혁신적인 기업에 자금이 들어가도록 생산적인 금융 생태계를 만들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기업 거버넌스 코드, 스튜어드십 코드를 정비하고 주식 시장 구조를 개편했다. 그 결과 닛케이 지수가 3배 증가했다.
오 위원장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건을 거론하며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를 잃어버렸고 그 이후 10년간 박스피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정기국회 회기 동안 자사주 제도에 대한 개선, 의무 공개 매수 제도를 포함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논의 중”이라며 “자사주 제도와 자본시장 제도 개편안, 배임죄 완화와 민사 제도에 관한 것 등 함께 이야기를 나누자”고 제안했다.
권칠승 경제 형벌 및 민사 책임 합리화 TF 단장은 “우리나라에는 과도하거나 중복된 경제 형벌에 대한 지적이 오랫동안 있었고 그 중 대표적인 사례가 배임죄”라며 “민주당에서는 이러한 규정들의 합리성을 재검토하고 기업과 국민이 예측 가능한 법 질서 안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