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식스 앨범, 너 美친 거야…아이돌 음반은 어떻게 진화했나 [엔터로그]

입력 2025-09-0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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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데이식스 원필(왼쪽), 정규 4집 '더 데케이드' 인이어 이어폰 버전. (출처=JYP엔터테인먼트)
▲데이식스 원필(왼쪽), 정규 4집 '더 데케이드' 인이어 이어폰 버전. (출처=JYP엔터테인먼트)

음악도, 드라마와 영화도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시대. '덕후'들은 사뭇 다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스트리밍으로 즐기는 데 만족하지 않고 실물로도 소장하고자 하는 이들이 적지 않죠.

이때 K팝 팬들을 빼놓고 이야기할 순 없습니다. 디지털 스트리밍이 세상을 지배하는 요즘인데도 숱한 팬들이 '실물 앨범' 앞에서 지갑을 여는데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앨범엔 음악만 담긴 게 아니거든요. 예쁘고 독특한 패키지에 랜덤 포토카드(포카)가 재미를 주고, 때로는 참신한 아이디어의 선물(?)까지 들어 있어 그 자체로 소장 욕구를 자극하곤 합니다.

이를 노린 기획사들의 디자인·패키징 경쟁(?)에도 불이 붙으면서 앨범은 자연스레 K팝 산업의 주요 전략으로 자리 잡았는데요. 최근 우리의 시선을 훔친 앨범, 뭐가 있을까요?

▲2023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CU 에이케이&홍대점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정규 3집 앨범을 구매한 시민이 포토카드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2023년 10월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CU 에이케이&홍대점에서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정규 3집 앨범을 구매한 시민이 포토카드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CDㆍ포토북→각종 MD 선물 세트!⋯앨범의 변신

아이돌 산업에서 앨범의 구성과 형식이 크게 달라진 시점은 2010년대 들어섭니다.

단순히 음악을 담는 CD와 화보를 담은 포토북을 넘어, 이제는 포카·스티커·친필 메시지 등 다양한 요소를 포함하는 구성'기본'이 됐는데요. 팬들은 원하는 멤버 혹은 모든 멤버의 포카를 얻기 위해 앨범 여러 장을 구매하고 서로 교환하며 컬렉션을 완성합니다. 이 같은 수집 욕구는 앨범 시장을 지탱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용하죠.

이 과정에서의 팬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패키지 디자인 경쟁 역시 치열합니다. 앨범을 열어보는 순간 느껴지는 설렘을 위해 스토리텔링 요소를 강화하고, 아티스트 콘셉트와 세계관을 패키지 전반에 녹여내는데요. 앨범 형식 역시 빠르게 진화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큐알(QR), 레코드판(LP), 디지팩, 키노 앨범 버전 등 다양한 포맷이 등장했습니다. 팬덤은 실물 소장의 즐거움과 동시에 디지털 시대의 편리함을 함께 누리고, 기획사는 이를 통해 스트리밍 세대에게도 실물 앨범의 매력을 설득해왔죠.

여기에 멤버별 버전,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까지 더해지며 앨범의 '굿즈화'가 가속화됐습니다. 팬들은 단순히 음악만 듣는 게 아니라 아티스트의 정체성과 콘셉트를 집약한 패키지를 수집하며 소속감을 강화, 설렘의 순간을 물리적 요소를 통해 저장합니다.

K팝 앨범이 단순한 음악 매체를 넘어 팬 경험의 중심에 자리 잡은 비결인데요. 앨범을 선물처럼 사고 수집품처럼 모으는 팬덤 문화는 기획사들의 전략과 시장 흐름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이는 K팝 시장이 여전히 실물 앨범을 주요 전략으로 삼는 근거가 되고 있죠.

▲NCT 위시 미니 3집 '컬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일릿 미니 3집 '밤', 코르티스 EP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 레드벨벳 EP '코스믹' 앨범 사진. (출처=SM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
▲NCT 위시 미니 3집 '컬러'(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아일릿 미니 3집 '밤', 코르티스 EP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 레드벨벳 EP '코스믹' 앨범 사진. (출처=SM엔터테인먼트, 빌리프랩, 빅히트 뮤직)

인이어부터 게임기까지…다채로운 매력

특히 앨범에 특별한 굿즈가 포함될 때 화제성은 배가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밴드 데이식스의 앨범인데요. 7일 데뷔 10주년을 맞이한 이들은 다채로운 소식으로 팬들을 행복하게 했습니다. 지난달 말 고양종합운동장에서 개최한 단독 공연부터 네 번째 정규 앨범 발매, 완전체 예능 나들이, 소속사와의 재계약 소식까지 전해진 바 있죠.

팬들의 시선은 정규 4집 '더 데케이드(The DECADE)'에 쏠려 있습니다. 다양한 앨범 버전, 그중에서도 '인이어 이어폰 버전'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요. 인이어 이어폰과 이어팁, 파우치, 포카, 사운드 카드 등으로 구성된 버전입니다. 성진, 영케이, 원필, 도운 네 멤버 별로 다른 디자인을 자랑하는데요. 특히 원필 버전의 인이어 이어폰은 실제 원필이 무대 위에서 착용하는 인이어와 같은 디자인이라 팬들의 심금을 울렸습니다. 팬들이 아티스트와 같은 장비로 음악을 즐기는 것 같은 경험을 제공하면서 재미 요소를 확장하는 효과도 있는데요. 앨범을 구매함으로써 음악적 소통과 동시에 아티스트의 무대를 더 가까이 체험하는 특별한 체험을 하게 되는 셈입니다.

인기가 치솟으면서 앨범 예약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주문이 폭주했습니다. 인이어 이어폰 버전을 구매한 팬들 중 일부는 '11월 출고'라는 아찔한 안내를 받은 상황이라네요. 발 빠른 주문으로 먼저 앨범을 받은 팬들은 인이어 이어폰 박스에 데이식스 인형을 넣어 꾸미는 등 앨범을 다각도로 즐기고 있습니다.

앞서 빌리프랩 소속 아일릿도 미니 3집 '밤(bomb)' 머치(Merch) 버전을 통해 인이어 이어폰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연보랏빛 박스에 투명한 인이어 이어폰과 이를 꾸밀 수 있는 파츠 스티커, 몽환적인 색상의 CD, 포카 등으로 구성된 이 버전은 '아일릿'만의 감성을 제대로 담아내며 대중의 눈길까지 붙들었습니다. 스마트폰 및 태블릿 등에서 모두 사용 가능한 형태로 제작된 만큼 유선 이어폰을 패션용으로 사용하는 1020세대의 트렌드를 정조준, 예약 판매 오픈과 동시에 높은 관심을 받은 끝에 추가 물량도 제작했죠.

SM엔터테인먼트의 NCT 위시도 색다른 시도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위츄, 하츄 버전 앨범에 이어 미니 3집 '컬러(COLOR)'에서는 워터 게임기라는 신선한 앨범 구성품을 선보였는데요. 버튼을 꾹꾹 눌러 물속 링을 고리에 끼우는 추억의 그 게임기입니다. '위시 코어'의 주요 미장센인 하얀 날개 모양 버튼부터 위츄 캐릭터, 진주 품은 조개와 야자수 등 깜찍한 오브젝트가 팬들의 감탄을 자아냈는데요. '키링 맛집'답게 이 워터 게임기 역시 키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빅히트 뮤직' 신인 그룹 코르티스는 생전 처음 보는 앨범 구성을 선보였습니다. 데뷔 앨범 '컬러 아웃사이드 더 라인스(COLOR OUTSIDE THE LINES)'에서 싱잉볼 버전을 내놓은 겁니다. 싱잉볼은 '노래하는 그릇'으로 불리는 도구입니다. 울림 막대로 두드리거나 문지르면 침착하면서도 아름다운 소리가 나 명상 도구로 곧잘 활용되는데요. 멤버들이 실제 창작 과정에서 자주 사용하는 도구를 MD로 확장한 시도로, 팬들에게는 단순한 소장품을 넘어 그룹의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경험으로 다가갔죠.

이처럼 기획사들이 차별화된 앨범 구성을 속속 공개하는 이유는 분명합니다. 단순한 구매에 그치지 않고 앨범을 열어 경험하는 과정이 팬덤 결속력을 강화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상의 자발적 홍보로 이어지기 때문인데요. 이 과정은 아티스트의 IP는 물론 기획사의 브랜드 이미지까지 강화할 수 있습니다. 잘 만든 앨범 하나가 팬들에게는 특별한 경험을, 기획사에는 새로운 판매 전략을 동시에 제공하는 셈이죠.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스트리밍 시대에도 소장 욕구 여전⋯팬심을 잡아라!

디지털 스트리밍이 음악 산업의 주류가 된 지 오래지만, K팝에서는 물리 앨범의 위상이 여전히 강력합니다. 앨범 판매량은 '앨범을 굳이 구매하는' 팬덤 규모아티스트 인기를 방증하는 핵심 지표이며 매출 구조상 높은 마진율과 팬덤 심리를 결합한 고수익 사업이기 때문이죠.

실적에서도 앨범 존재감이 드러납니다. '굿즈 맛집'으로 소문 난 SM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2분기 매출 3029억 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19.3% 성장세를 보인 바 있는데요. 여기엔 음반 판매 확대를 필두로 음원 매출 증가, 공연·MD 부문 호조가 주효했습니다. 음반의 경우 라이즈, NCT 드림, 웨이션브이(WayV), 승한앤소울(XngHan&Xoul) 등의 신보가 팬덤 수요를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죠.

물리 앨범의 가치는 단순한 판매량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앨범 발매 후 일주일간 판매량을 뜻하는 '초동'은 아티스트 인기와 성장도를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자리 잡았고, 각종 차트 성적과 시상식 수상에도 직결됩니다. 이에 팬들에게 앨범 구매는 단순한 소비가 아니라 성적 집계 기준이자 아티스트 활동을 지원하는 행위로 인식되죠.

이 같은 구조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그대로 통합니다. 미국과 유럽, 일본 등 해외 팬덤 역시 실물 앨범 구매에 적극적이며, 언박싱 영상과 소장 인증 문화도 국경을 넘어 확산하는데요. 한정판, 멀티 언어 버전 발매가 일상화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일례로 전 세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끄는 스트레이 키즈가 지난달 22일 발매한 정규 4집 '카르마(KARMA)'는 발매 첫 주 미국에서 약 31만3000장을 판매하며 9월 6일자 메인 앨범 차트 '빌보드 200' 1위에 등극한 바 있습니다. 빌보드는 "'카르마' 앨범은 총 11종의 CD와 3종의 바이닐 버전을 선보이며 판매를 확대했다"며 "모든 버전에는 포토카드 등 수집 가능한 아이템이 포함됐으며, 일부는 랜덤으로 구성됐다. 또한 사인반도 함께 출시됐다"고 전했습니다.

결국 K팝 산업에서 앨범은 음악을 담은 매체이자 동시에 팬덤을 묶는 연결고리, 동시에 기획사의 안정적인 수익원으로 통합니다. 스트리밍이 대세가 된 지금도 앨범이 여전히 산업의 핵심축으로 남아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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