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 원화 스테이블코인, 디지털 영토 확대의 기회로 삼아야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3조달러 시장 급성장
미국·EU 디지털화폐 패권 경쟁 본격화
원화 스테이블코인 육성 골든타임 도래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출처=민병덕 의원실)

세계 금융 질서가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025년 약 3조 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결제·송금·투자 등 금융 전반의 인프라로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흐름을 주도하는 나라는 미국이다. 올해 미국은 「지니어스액트(Genius Act) 법」을 통과시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에 편입했다. 이는 달러 패권을 ‘디지털 달러 패권’으로 확장해 미래 금융 질서를 선점하려는 전략이다. 유럽연합(EU) 역시 「MiCA」(Markets in Crypto-Assets Regulation)를 시행하며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시장을 지원하고 있고, 일본·싱가포르 등 금융허브도 발 빠르게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제 출발선에 섰다. 2024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최소한의 투자자 보호 장치를 마련했지만, 스테이블코인·거래소 규율·시장 조성을 다루는 2단계 입법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국내 증권사의 해외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 중개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속도가 더 필요하다. 제도 정비가 늦어진다면 우리 기업과 K-콘텐츠 창작자들이 막대한 환전·결제 비용을 떠안고, 원화의 국제적 위상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장기적으로는 국가 통화정책의 효력마저 제약될 것이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전략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ICT 인프라와 블록체인 기술, 그리고 K-콘텐츠라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들이 결합한다면 단순한 금융상품을 넘어 디지털 무역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전 세계 한류 팬이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소상공인 제품을 국경 없이 거래하는 미래는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저는 국회에서 「디지털자산기본법」, 현물 ETF, STO 법안 등 이른바 ‘디지털자산 3법’을 발의했다. 이는 금융 소비자 보호와 산업 활성화를 균형 있게 추진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정부·국회·민간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불확실성을 걷어내는 일이다.

글로벌 시장이 급성장하는 지금이 마지막 골든타임이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해 대한민국의 디지털 금융 주권을 확보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