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부동산 시장 질서 확립을 위해 전담 조직 신설을 추진한다. 일명 '부동산 감독원'의 필요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견해가 크게 엇갈리고 있어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한쪽에서는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신속한 처리 등을 위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과도한 시장 위축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8일 건설·부동산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는 불법·이상 거래, 편법 자금조달 등 부동산 범죄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사·수사 관련 조직을 신설할 방침이다. 여기에는 국토교통부와 국세청, 경찰청 등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한다. 부동산 시장 감독을 위한 노력을 해왔으나 불법 자금 추적을 비롯한 여러 한계가 있어 관계 기관이 모인 조직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부동산 감독원과 같은 조직이 있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교수는 "업·다운 계약서, 허위·과장 광고, 분양 시장에서의 문제 등 이상 거래와 불공정 행위가 여전한데 국토부, 지자체, 국세청 등이 각각 따로 관리하다 보니 실효성이 낮고 이벤트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상시적으로 거래질서를 감시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동산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기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는 "부동산은 주식시장보다 규모가 훨씬 크지만 전담 관리·감독 기관이 없다 보니 오히려 실태 파악은 더 안 되는 측면이 있다"며 "실태를 잘 알아야 정확히 진단하고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고 강조했다.
부동산 감독원 같은 조직이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최대한 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부작용에 대한 평가는 운영 후 판단하고 조정·폐지해도 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하지만 불필요하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은 "국토부와 지자체, 국세청 등에서 이미 이뤄지고 있는 조사·제재의 효율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겠으나 시장 개선에 큰 효과는 없을 것"이라며 "꼭 있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지금의 부동산 시장은 실수요가 중심이고 투기 수요가 활발하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이미 여러 기관이 수행 중인 부동산 시장 관리·감독 기능을 집중시키면 개인의 거래를 지나치게 제약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새로운 조직이 만들어지면 성과를 내야 하기 때문에 무리한 조사가 이뤄질 개연성이 크고 조사대상이 되는 개인은 큰 피해를 보게 된다"며 "이전에도 이런 우려가 있어 부동산 감독원이 실현되지 못한 것"이라고 짚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부동산 시장 감독기구 설치를 검토했지만 '빅 브라더' 논란이 커지면서 무산됐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조직 신설에 대한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주택거래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만약 20억 원 이상 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다면 오히려 그 아래 가격대 집들 가격이 전반적으로 오르는 일종의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