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시장 1kg짜리 금현물 30% 치솟아
현·선물에 금채굴기업 ETF까지 신바람

국제 금값이 최고가 경신을 이어가며 국내외 금 현·선물과 금광기업 등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도 상승세를 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ACE KRX금현물 ETF는 8.84% 올랐다. SOL 국제금(6.84%), KODEX 골드선물(H·6.07%) 등도 함께 상승했다. 국제 금값이 상승하며 국내 금 가격과 관련 투자상품 가격을 밀어 올렸다.
8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12월물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3677.4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같은 날 런던금시장협회(LBMA)에서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646.29달러까지 뛰며 역대 최고가를 새로 썼다. 연초 이후 국제 금 현물은 35% 넘게 뛰었다. 이는 각각 11%, 13%가량 상승한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를 넘는 성과다.
국제 금값은 4월 미국 상호관세 발표로 급등한 이후 4개월여간 온스당 3200~3500달러 선에서 등락하다 지난달 말부터 랠리를 재개했다. 이날 기준 한국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1kg짜리 금 현물 가격은 16만7740원으로 연초 대비 30% 급등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이 힘을 받으며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해진 것으로 보인다.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8월 비농업 일자리는 전월 대비 2만2000명 증가했다. 다우존스가 집계한 전망치(7만5000명)에 못 미치는 규모다. 고용 악화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며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으로 활용되는 금 수요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연준 독립성 침해 우려가 불거진 영향도 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 해임을 거론해온 데 이어 지난달 리사 쿡 이사를 해임했다. 연준이 금리 인하에 소극적 태도를 나타내자 트럼프 대통령이 ‘중앙은행 흔들기’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는 미국 경제 우려와 달러 자산 투자 불안감을 확산할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한 유럽 재정 불안이 부각한 점도 금 투자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프랑스 정부는 긴축재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들은 예산 삭감에 반발 중이다. 재정 방향성을 둔 대치 끝에 프랑스 하원은 8일(현지시간) 프랑수아 바이루 프랑스 총리에 대해 불신임을 결정했다.
영국과 독일은 막대한 국채 발행 규모와 재정 리스크가 불거지며 국채 금리가 뛰고 있다. 2일(현지시간) 영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5.69%에 마감하며 27년여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독일 국채 30년물 금리도 201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 통상 국채 금리 상승은 정부 이자 부담을 늘려 다시 재정 불안을 심화하는 요소로 여겨진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프랑스 정부가 붕괴할 경우, 프랑스 예산안 통과는 연말을 넘겨 내년 초로 미뤄질 소지가 크고 이는 곧 재정 통합 지체로 이어져 유럽연합(EU) 재정 규율 준수와 부채 관리에 부담을 키울 것”이라며 “올해 프랑스 10년물 국채 금리는 스페인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값이 강세를 띠는 동안 해외 금 채굴 기업 투자상품도 좋은 성적을 냈다. 이달 들어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는 10.16% 상승했다. 금 채굴 비용 대비 판매 가격이 높아져 수익성이 개선됐기 때문이다. 뉴몬트, 애그니코 이글 마인스, 바릭 마이닝 등 글로벌 금 채굴 기업 3곳의 평균 금 판매 가격은 1분기 온스당 약 2911달러에서 2분기 3301달러로 올랐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 가격 강세 시도는 트럼프 2기 정책 불확실성 속 투자자 안전 피난처 수요에 기인한 것만은 아니다”라며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유지되는 한 하반기 귀금속 투자는 ‘단기 조정 시 매수, 비중 확대’ 전략도 유효하다”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