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로 곤욕…정무적 판단 작용 시선
해운업, 신성장 동력될지도 해석 분분

포스코그룹이 HMM 인수를 고민 중이다. 과거 인수설을 부인했던 포스코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해운업이 그룹 전략에 부합하는 산업인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HMM 인수 시 시너지를 분석하기 위해 삼일PwC, 보스턴컨설팅그룹 등과 계약을 맺고 대규모 자문단을 꾸렸다. 포스코 관계자는 “인수전 참여 확정은 아니다”면서도 “검토 작업에 착수한 것은 맞다”라고 밝혔다.
2023년 포스코홀딩스는 콘퍼런스콜에서 “우리 중장기 사업 전개 방향과 HMM 인수는 전혀 맞지 않는다”며 “현재로서는 HMM 인수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포스코가 돌연 입장을 바꾼데 대해 시장에서는 의문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대체적이다.
HMM은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대주주다. 공적 자금으로 회생한 후 수년째 민영화를 추진 중이다. 하지만 반복되는 매각 무산으로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HMM 시가 총액은 24조 원 수준으로, 높은 몸값 탓에 인수자를 찾기도 마땅치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포스코가 인수를 하게 되면, 산은 입장에서는 앓던 이가 빠지는 셈이다.
포스코그룹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그룹은 약 18조 7000억 원 규모의 유동성 자산(현금성 및 단기 투자 가능 자산)을 들고 있다. 잠재적 인수·투자 여력 측면에서 충분한 실탄이다.
이번 인수설에는 정치적 배경과 정부와의 관계 복원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포스코는 최근 포스코이앤씨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문제로 곤욕을 겪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와의 관계에서 뭔가 전환점이 필요하다는 정무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신성장 동력을 찾기 위함이라고 인수에 나선 배경을 설명했지만, 해운업을 성장 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HMM은 팬데믹 당시 글로벌 운임 급등의 수혜를 받아 단기 실적이 급증했지만, 2023년 이후 운임은 급격히 하락세로 전환됐다. 컨테이너 해운업은 국제 시황과 정세, 원자재 가격, 파나마·수에즈 운하 등의 지정학적 변수에 크게 좌우되는 산업으로, 예측이 어렵고 변동성이 큰 대표적 사이클 산업이다.
글로벌 시장도 이미 대형 선사 중심의 과점 체제로 재편된 상황이다. 머스크(Maersk), MSC, CMA CGM 같은 글로벌 3강과 견줄 만큼의 스케일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장기적인 수익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포스코그룹 측은 “지난해부터 그룹사업 전반에 대한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와 더불어 철강과 이차전지 중심의 그룹 핵심사업에 더해 새로운 미래 성장을 위한 새 성장동력 발굴을 다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