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ㆍ소비자단체 "치료받을 권리 침해" 반발

정부가 주진 중인 자동차보험 제도 개선이 의료계·소비자단체 반발에 부딪히며 표류하는 가운데 보험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9일 의료·보험·소비자·법률 전문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자동차보험 건전성 확보 정책토론회’를 개최한다.
이번 토론회는 자동차보험 부정수급자인 이른바 ‘나이롱(가짜) 환자’를 근절하면서도 실제 치료가 필요한 피해자에게는 충분한 진료를 제공할 방안을 찾겠다는 취지로 열린다. 국토부가 지난 6월 입법예고한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자동차손배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쟁점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개정안은 경상환자가 8주 이상 치료를 받을 경우 보험사의 검토·승인을 거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의료계와 소비자단체의 반발은 넘어야 할 큰 산이다. 소비자단체 등은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를 제한하고 가해자 측 보험사에 과도한 권한을 부여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보험금 부정수급 문제는 별도로 대응하면 될 사안인데 환자 치료 기간을 제한하려는 것은 결국 합의금을 줄이려는 보험사의 속내가 깔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 손해보험사 관계자는 “경상환자의 치료를 일률적으로 제한하겠다는 게 아니라 8주를 초과할 경우 치료 필요성을 다시 검토하자는 취지”라며 “2023년 '경상환자 4주 초과 시 2주 단위 진단서 제출' 의무화 제도와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위·과잉진료를 줄여야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도 완화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논란은 앞서 금융감독원이 추진한 ‘품질인증부품 우선 사용’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안 때와 비슷하다. 금감원은 소비자 선택권 침해 비판이 커지자 출고 5년 이내 신차는 정품 부품만 사용하도록 하고 소비자가 요청할 경우 자동차 수리 시 추가 비용 없이 정품 부품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물러섰다.
보험업계는 인증부품에 이어 경상환자 치료 연장 승인 제도 개선도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자 손해율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주요 손보사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평균 82.7%로 전년 동기(79.8%)보다 2.9%포인트(p) 상승했다. 손익분기점으로 꼽히는 80% 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누적 7~8% 수준의 보험료 인하 정책이 이어진 점을 고려하면 적자 구조가 고착화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개선은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었는데 손해율 악화가 방치되면 그 비용은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로 전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동차보험료 인상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자동차보험은 의무보험인 만큼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정부가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우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은 정책 기조와 충돌할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7%로 올 들어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보험서비스료는 전년 동월 대비 16.3% 상승률을 보여 높게 나타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