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현지생산으로는 부족
JV설립으로 우회하는 K방산
“현지화 이제는 필수”

빠르게 블록화되는 글로벌 방산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 방산업체들이 현지화 전략을 본격 가동하고 있다. 합의가 문제 없이 진행된다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방산업체 최초로 해외 합작법인(Joint Venture·JV)을 세우게 된다.
유럽과 중동은 자국 및 동맹국 중심의 무기 조달을 강화하며 외부 진입을 막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단순 수출을 넘어 현지 생산, 합작법인 설립, 산학 협력 등으로 무장한 새로운 K방산 수출 모델이 유럽과 중동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일 폴란드 최대 민간 방산기업인 WB그룹과 다연장로켓 ‘천무’ 유도탄 생산을 위한 JV 설립에 최종 합의했다.
JV는 생산시설 인프라 구축, 현지채용 등을 통해 천무의 폴란드 수출형인 호마르-K에 탑재되는 사거리 80㎞급 유도탄(CGR-080)을 생산할 계획이다. 생산하는 물량은 폴란드에 우선 공급한다. 추후에는 양사 협의를 통해 탄종을 다양화하고, 유럽 내 다른 국가로의 수출도 추진한다.
폴란드는 2022년 이후 K방산 수출의 최대 고객국으로, 이번 JV 설립은 단순한 추가 수주를 넘어 유럽 시장 내 입지 강화의 교두보라는 평가다. 한화의 이번 행보는 단기적인 수주 확보보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유럽 방산 블록화 움직임을 우회하려는 전략이다. 손재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표도 “유럽의 방산 블록화로 수출 진입 장벽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현지화를 통한 시장 확대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지 생산은 한국 기업이 단독으로 해외에 공장을 짓거나 위탁 생산하는 방식인 반면, JV 설립은 한국 기업과 현지 기업이 공동 출자해 새로운 법인을 만드는 구조다. 단순 현지 생산은 기술이전 없이 조립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JV는 기술이전과 현지 고용, 유지·운영·보수(MRO)까지 포괄하는 동반 성장 모델이라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방산 수출에서 JV설립이 중요한 전략으로 떠오른 이유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유럽연합(EU)·중동 국가들이 현지화와 기술이전을 무기 도입 조건으로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 국가 입장에서는 JV가 자국 방위 산업,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된다. K방산 입장에서도 단기 수출로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적인 동반 파트너로 포지셔닝 하는 게 유리하다.
해외 합작법인은 폴란드 외에도 추가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 주주 및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3조6000억 원을 조달했다. 당시 이 중 약 6000억 원을 유럽과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해외 방산 합작법인 설립 및 현지화 프로젝트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세계 여러 국가에 대해 이번처럼 현지화 전략 차원에서 JV 설립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다른 방산업체들은 당장 추진하는 JV 설립은 없지만 지속적으로 현지화를 넓혀갈 계획이다. KAI는 폴란드, 유럽 법인에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로템은 폴란드 국영 방산지주사 PGZ 산하 부마르와 K2PL 현지 생산을 할 예정이다. 현대로템은 “JV에 대한 계획은 없다”며 “현재도 강고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원활하게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LIG넥스원 역시 “아직 구체화된 해외 JV 설립 계획은 없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JV 설립은 방산 블록화를 넘어 K방산이 다시 한번 재도약 하기 위해 한 발짝 내딛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공격적인 수출 전략을 펼치는 과정에서 K2 전차, K1 전차 등 국산 전차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지상 무기체계가 주력인 방산 기업, 그리고 규모가 대형인 방산 기업을 위주로 JV 설립 형태 현지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