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M증권은 28일 석유화학산업 구조조정이 민관합동 방식으로 빠른 속도로 전개될 예정인 가운데 이 과정에서 지배구조 변경, 채권 계약상 의무 조항 충돌 등 크레딧 투자자들이 유념해야 할 요인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재무구조 개선 의지와 사업재편 계획이 명확한 기업을 중심으로 한 선별적 투자가 유효하다는 진단이다.
정부는 지난 21일 과잉 설비 감축과 스페셜티 제품 전환, 재무건전성 확보, 지역경제 영향 최소화를 골자로 한 ‘구조개편 3대 방향’을 제시하며 3~4년 내 국내 석유화학산업 체질 개선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승재 iM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 산업의 장기적 불황에 따른 구조개편 요구가 반영돼 정부와 산업이 구체적 논의를 거쳤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정부는 10년 넘게 걸린 일본의 구조개편 과정을 국내에서는 단기간에 압축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지원 원칙으로 3개 주요 석유화학 산업단지의 동시 구조개편 추진, 충분한 자구노력, 종합지원 패키지 마련을 확정했다. 특히 시장성 차입금 상환은 기업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iM증권에 따르면 현재 석유화학업체 금융권 익스포저는 약 32조 원으로, 은행권 대출 16조 원·회사채 14조 원·외화증권 2조 원 규모다. 이 가운데 만기 1년 이내 시장성 차입금은 롯데케미칼 1조3800억 원, 한화솔루션 1조8250억 원, 한화토탈에너지스 6500억 원, 여천NCC 3350억 원에 달한다.
이차입금 상환 목적의 회사채 발행은 계속되고 있으나, 투심 위축으로 발행 여건은 녹록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여천NCC는 2022년 이후 세 차례 연속 미매각을 기록했고, LG화학, 롯데케미칼 등 우량등급 기업도 신용등급 하향 압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 연구원은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은 회사채보다 은행권 대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금융권은 사업재편계획이 확정될 때까지 기존 여신 회수를 자제하겠다고 밝히며 지원 의지를 내비쳤다"고 했다.
아울러 구조개편 과정에서 설비 통폐합과 경쟁력 열위 기업 매각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는 NCC(납사분해설비) 270~370만 톤 감축을 자율적으로 제시했는데, 이는 국내 생산량의 1825%에 해당한다. 특히 여수·울산·대산 등 주요 석유화학단지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LG화학은 최근 NCC 물적분할 검토 사실을 공시하며 사업경쟁력 강화와 가치 제고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밝혔다. 연말까지 각 사가 사업재편계획을 제출해야 하는 만큼 업계 전반에 강도 높은 재편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