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인 합의안, 신규 수주 계획 無...상승 동력 확보 못해
삼성중공업만 3% 올라
최근 한 달간 랠리 후 차익실현…노란봉투법 부담도 겹쳐

한미정상회담에서 조선산업이 직접 언급되며 기대 심리가 최고조에 달했지만 정작 주가는 힘을 받지 못했다. 최근 한 달간 불기둥을 세운 조선주가 회담 당일 되레 급락했다. 기대감은 컸지만 막상 회담에서 구체적인 합의안이나 신규 수주 계획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추가 상승 동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전 거래일보다 6.18% 하락한 10만7800원에 마감했다. HD현대중공업(-3.8%), HD한국조선해양(-5.71%)도 일제히 약세를 기록했다. 반면 삼성중공업은 3% 상승하며 대조적인 흐름을 보였다.
최근 한 달간(7월 25일~8월 25일) 조선주의 상승세는 거셌다. 한화오션은 22% 급등했다. HD현대중공업은 9%, HD한국조선해양은 4%, 삼성중공업도 6% 오르며 랠리를 이어갔다.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조선·에너지 협력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투자심리를 자극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가 맞물리며 단기간에 업종 전반의 주가가 치솟았다.
이날 개장전 증권가에서도 낙관적인 전망이 잇따랐다. 한국투자증권은 “트럼프 대통령이 조선·에너지 협력 가능성을 직접 언급한 만큼 업종 전반의 주가 모멘텀을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신영증권도 “정상회담에서 조선업 관련 구체적인 투자 계획은 나오지 않았지만 오히려 한국 조선업체들의 역할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선주는 계속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예상을 빗나갔다. 대형 수주 발표나 구체적인 투자 계획이 나오지 않자 실망감이 주가에 그대로 반영됐다. 조선업은 이미 앞선 한·미 관세 협상 과정에서 대표적인 수혜 업종으로 부각돼온 만큼 이번 회담에서 추가로 확인할 만한 재료가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투자자들의 기대가 선반영된 상태에서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졌고 이날 코스피 지수 자체가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한 점도 하락세를 키웠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0.50포인트(0.95%) 내린 3179.36으로 거래를 마쳤다.
정상회담 결과가 국내 증시에 상승 동력으로 작용하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이 기대했던 합의문 등 문서화 된 형태의 선언이 없었고 투자액 등 구체적 수치나 반도체·의약품에 대한 품목관세율, 원자력·조선 협력의 구체적 방안 등도 기대에 비해선 부족하다는 인식에 상승 재료로 작용하지 못하는 흐름이었다"고 말했다. 특히 "조선·원자력은 재료 소멸로 인식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중공업만 예외였다. 이날 삼성중공업은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과 미국 해군 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및 조선소 현대화, 선박 공동 건조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주가가 상승했다.
시장 일각에서는 단기 이벤트 효과가 소진된 상황에서 국내 불안 요인도 조선업 주가의 발목을 잡는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은 하청노조의 원청 교섭권 확대, 파업 손해배상 제한 등을 담고 있어 조선업 특성상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로 꼽힌다. 실제 외국인은 이달 들어 한화오션 주식을 1620억 원 순매도하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업계 관계자는 “수백 개 협력업체가 얽힌 산업 구조에서 하청 파업이 연쇄적으로 번질 경우 생산 차질로 직결된다”며 “노란봉투법 시행이 투자심리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