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ㆍ인력 확충 등 지원책도 필요”

집값 안정화를 담당하는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들이 이재명 정부에서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특히 정부 공급 정책의 핵심을 담당하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경우 공공의 기능과 역할이 더욱 확대되는 한편, 서울주택도시개발(SH)·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과 사업을 나누는 내부 개편도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아울러 그동안 주택 관련 공기업들의 업무가 과중된 만큼 개혁과 함께 인력과 재정 확충 등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크다.
28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는 공기업 개혁 관련 태스크포스(TF)를 조만간 출범할 예정이다. 당연히 LH도 포함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20일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공공기관 개혁 TF를 언급하며 LH가 주요 대상이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택지를 조성해 민간에 팔아 수익을 내는 LH의 사업 구조에 문제의식을 계속해서 드러내 왔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장관 임명 전부터 “LH 개혁은 구조적이고 판을 바꿀 수 있는 큰 규모의 개혁을 염두에 두고 능동적, 공격적으로 임해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았다”고 밝히면서 대규모 변화를 시사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H는 앞으로 토지를 개발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공사와 분양까지 전 과정을 맡아 주택 가격 안정화의 구심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공공이 조성한 택지는 되도록 분양하지 않고 임대만 하는 방식도 언급된다. 택지 조성에 들어가는 비용은 주택도시기금에서 빌리거나 채권을 발행해 조달하고, 택지를 임대해 얻는 수익으로 자금을 장기간에 걸쳐 상환하는 식이다.
이번 개혁에서 LH의 확대된 업무 범위를 정리할지도 관건이다. LH는 그동안 신규 택지개발, 주택 공급에 지방 미분양 주택 매입,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까지 방대한 업무를 담당했는데, 일부 기능을 지방 공기업이나 타 기관으로 이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임대주택 공급의 경우 SH·GH 등 지방 공기업과 분담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토지 개발과 주택 건설·운영 등 핵심 기능을 분리해 LH의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LH의 재무구조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총차입금은 97조4000억 원, 순차입금은 93조 원에 달하며 부채비율도 217.7%다. 이미 민간 기준으로는 높은 수준인데, 새 정부가 LH의 공공 역할을 강화하면 재무구조는 더욱 악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LH의 수익 사업인 땅장사를 부정적으로만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아울러 조직 슬림화가 언급되는 가운데 내부에서는 인력 확충 목소리도 크다. 내부 자료에 따르면 부동산 투기의혹이 있었던 2021년부터 4년간 1197명이 퇴사해 연평균 300명 가까운 인원이 LH를 떠났다. 정원 1인당 사업비 규모는 21억 원으로 사회간접자본(SOC) 공공기관 인당 평균 11억 원의 약 2배 수준으로 집계됐다.
업계에서는 또 다른 주택 공기업인 주택도시보증공사(HUG)도 업무 분담 등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HUG는 금융 공기업의 성격을 갖고 있지만 최근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업무를 전담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근 3년 연속 미흡(D등급)에 머물러 신규 인력 충원이 막혀 있는 상황이다. 임금피크제 직원을 업무에 활용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일손은 여전히 부족한 실정이다.
재무구조도 취약해지고 있다. 악성 임대인을 대신해 피해자에 보증금을 돌려주는 ‘대위변제금’과 ‘든든전세사업’ 등을 담당하면서 2022년 2428억 원, 2023년 3조9962억 원, 2024년 2조1924억 원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다만 자본금이 늘면서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전년 116.8%에서 31.2%로 개선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LH와 HUG 모두 집값 안정화라는 국가적 책무를 맡고 있지만 정작 내부는 인력과 재정 부족으로 한계에 다다른 상황”이라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공기업 구조 개혁을 외쳤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찍히는 만큼 보여주기식인 아닌 장기적 관점의 개혁이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