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형사립고가 잇달아 일반고 전환을 선언하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대광고가 내년부터 일반고로 바뀌면서 서울 지역에서만 지금까지 12개 학교가 스스로 자사고 지위를 내려놓았다. 학령인구 감소와 대입 제도 변화가 맞물리면서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에 더욱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25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대광고는 교육부 동의를 거쳐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한다. 대광고는 △동양고(2012) △용문고(2013) △미림여고·우신고(2016) △대성고(2019) △경문고(2020) △동성고·숭문고·한가람고(2022) △장훈고(2023) △이대부고(2025)에 이어 서울 자사고 가운데 열두 번째 전환 사례가 됐다.
교육청은 학부모·교사와 함께 전환 협의체를 운영하고, 2년간 총 20억 원의 전환 지원금을 지급해 등록금 감면과 교직원 인건비, 교육과정 운영비 등을 지원할 계획이다.
자사고들이 줄줄이 일반고로 전환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점이 꼽힌다. 대광고 역시 신입생 경쟁률이 2024년 0.60대 1, 2025학년도 0.46대 1까지 떨어지면서 수년째 모집난에 시달리고 있다. 경쟁률 하락은 서울 주요 자사고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강남 휘문고는 2024학년도 1.15대 1에서 2025학년도 0.67대 1로 급락했고, 지난해 수능 만점자를 배출한 세화고도 같은 기간 1.30대 1에서 0.91대 1로 떨어졌다.
지원자 수가 줄어든 건 학령인구 감소가 감소하면서 학생 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사고는 등록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학생 수 감소는 곧 재정 악화로 이어져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올해부터 전면 시행된 고교학점제로 일반고도 다양한 과목 개설과 학생 선택권 확대가 가능해지면서 자사고의 차별성도 약화했다는 평가다.
대입 제도 변화도 자사고 매력을 떨어트리고 있다. 2028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에 따라 내신 9등급제가 5등급제로 바뀌면서 자사고 학생들의 내신 경쟁에서 불리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기존에는 자사고에서 2~3등급을 받아도 주요 대학 진학이 가능했지만, 등급 구간이 넓어지면서 오히려 자사고 내부 1등급 경쟁이 더 치열해진 것이다.
정치적 변수도 있다. 자사고 폐지를 주장해 온 최교진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자사고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교육계에서는 앞으로도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올해 주요 상위권 대학에서 특목·자사고를 출신 합격자 수도 감소하면서 자사고들은 내년 신입생 모집에는 더욱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종로학원에 따르면 2025학년도 전국 영재학교 및 특목·자사고 출신 상위 10개 합격자 수는 8720명으로 2024학년도(9026명) 대비 304명(3.4%) 감소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이사는 “주요 상위권대의 특목·자사고 합격자 수가 감소하고 2028학년도 대입 개편으로 특목·자사고 학생들의 내신 부담이 강화되면서 내년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는 특목·자사고가 다수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