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이날 앤드루스 공군기지를 통해 입국한 이 대통령은 재미동포들과 만찬·간담회를 시작으로 2박 3일간의 숨가쁜 방미 일정에 돌입하게 된다. 취임 82일 만에 첫 대미 외교 무대로, 통상·안보 현안을 압축적으로 다루는 '실무형 정상회담'이 될 전망이다.
방미 핵심은 25일 열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이다. 이번 방문은 국빈이나 공식 방문이 아닌 '공식 실무 방문' 형식으로 진행돼 의전은 최소화됐다.
하지만 협상 테이블에 오를 주제는 결코 가볍지 않다. 관세·주한미군·국방비 등 민감한 현안이 한꺼번에 다뤄질 전망이다.
먼저 경제·통상 분야에서는 7월 말 타결된 관세 협정의 후속 이행을 정상 차원에서 재확인하는 것이 관건이다. 하지만 미국 측이 농축산물 시장 개방 압박을 이어가고, 대미 투자펀드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포함한 조선업 협력에서 구체적 로드맵을 요구할 가능성이 제기돼 협상이 녹록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안보에서는 '동맹 현대화'가 핵심이다. 주한미군 운영, 국방비 증액,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이 모두 이 범주에 들어간다. 한국 정부는 국방비 증액 문제를 동맹 현대화의 틀 안에서 풀겠다는 입장이지만,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은 아직 세부 시나리오 단계에 이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전작권 전환 의제도 이번 회담에서 깊숙이 논의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신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구도 속에서 한국이 어떤 역할을 맡을지가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도 다뤄질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역량을 확보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워낙 사안들이 복잡하고 민감한 만큼 정부도 총력 대응에 나섰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물론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등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안보실장)이 총출동했다. 이는 정상회담 결과가 향후 국내 경제정책, 안보전략, 대외관계 전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방증이다.
강 실장은 미국에 도착해 워싱턴DC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매우 중요하다. 민과 관이 한마음 한뜻으로 한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면서 "한 사람이라도 더 만나고 한마디라도 더 설득할 수 있다면 마땅히 와서 제 역할과 도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한·미 재계가 참여하는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 나서며 경제·안보 외교 행보를 이어간다.
또 순방 마지막 날인 26일에는 필라델피아로 이동해 한화오션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를 시찰하고,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26년 만에 서재필 기념관을 방문한다. 이후 귀국길에 오르며 3박 6일간의 일본·미국 순방 일정을 마무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