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집값을 잡고자 잇따라 내놓은 규제가 오피스텔은 빗겨가며 사실상 사각지대에 놓였다. 실질적 주거 수단으로 활용되는 고가 오피스텔이 각종 규제에서 제외되면서 투기 수요가 대체재로 주목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부에 따르면 국토교통부는 21일 외국인 주택 매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며 서울 전역과 수도권 대부분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외국인이 해당 지역에서 주택을 취득하려면 관할 지자체의 허가를 받고 실거주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러나 이 규제는 '주택법상 주택‘에만 적용되며 오피스텔은 포함되지 않는다. 오피스텔은 건축법상 ‘업무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사실상 주거용으로 사용되는 오피스텔은 실거주 의무나 사전 허가도 받지 않고 매입이 가능하다.
지난 6월 발표된 금융위원회의 ‘6·27 대출 규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해당 규제는 다주택자와 투기성 수요를 겨냥해 주택담보대출 원금 전액을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에 반영하고 주담대 한도를 6억 원 이하로 제한하는 등의 고강도 조치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규제 역시 주택에만 적용된다. 오피스텔은 주택이 아닌 일반 부동산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대출시 DSR 반영 방식도 달라지고 한도 규제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결국 정부의 집값 안정책들이 오피스텔은 피해가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증가하는 고급 주거형 오피스텔이 규제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고 있다. 내부 구조, 면적,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아파트와 사실상 차이가 없는 오피스텔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업무시설이라는 이유로 정책에서 제외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양천구 목동에 위치한 ‘목동 파라곤 오피스텔’이 꼽힌다. 해당 단지는 2004년 준공된 대형 주거형 오피스텔로 지상 35층 규모에 700여 가구가 입주해 있다. 전용면적 70㎡에서 179㎡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평형대로 구성돼 있으며 내부 구조와 면적, 커뮤니티 시설 등에서 사실상 아파트와 차이가 없다. 가격도 인근 아파트를 따라간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실거주 요건이나 대출 규제 등 각종 주택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정작 실질적으로 아파트와 다를 바 없는 오피스텔은 모두 제도 밖에 놓여 있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라며 “고가 주거용 오피스텔 공급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러한 사각지대가 방치된다면 투기 수요가 오피스텔로 우회 유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서울 오피스텔 가격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매달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오피스텔 평균 매매가격은 1월 2억9827만 원에서 6월 3억19만 원으로 올라 처음으로 3억 원을 넘어섰고 지난달에는 3억540만 원으로 다시 최고가를 경신했다.
다만 정부는 오피스텔의 전체 거래량 자체가 크지 않다는 점을 들어 당장 제도 개선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토지정책관은 “아파트, 단독주택, 다가구, 연립, 다세대 등 주택 거래에 한정해 규제를 적용한 것”이라며 “오피스텔은 일반 업무시설에 포함되기 때문에 주택에 해당되지 않고 외국인 거래량도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