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들 기지급 실손 의료비 환수 절차 시작
정산, 서류 제출 등 소비자가 일일이 대응
李 대통령 공약 '선지급-사후정산' 법제화 시급

보험업계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올해 본인 부담상한제 환급 시행에 따라 ‘실손보험 환수’ 절차를 본격화한다. 특히 소비자들은 환급받은 의료비를 보험사에 다시 반환해 ‘체감 실익’이 떨어지고 직접 정산 등 절차상 부담까지 떠안게 되면서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본인부담상한제 ‘우선지급-사후정산’ 법제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보공단은 25일부터 환급 대상자에게 본인부담상한액 초과금 지급 신청 안내문을 순차적으로 발송한다. 대상자는 안내문을 받은 후 건보공단에 신청하면 환급을 받을 수 있다. 본지 8월 22일자 보도 참조 [단독] 본인부담상한제 환급 시작
본인부담상한제는 과도한 의료비로 인한 가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도입됐다. 건강보험 가입자가 1년간 의료기관에 지출한 본인부담금 총액이 소득분위별(7단계) 상한액을 초과하면 초과분을 건보공단이 환급해 준다. 기준소득 1분위(직장가입자 월평균 보험료 5만1100원 이하)의 경우 상한액 141만 원을 초과한 연간 의료비는 돌려받을 수 있다.
보험사들도 실손보험으로 지급한 보험료 일부에 대한 환수를 진행한다.
A 보험사는 최근 내부 직원 교육자료에서 ‘본인부담상한제와 관련해 안내문을 발송하고 소득분위 확인 후 기지급 보험금 환수 업무가 진행될 예정이니 고객 불만과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라’고 주문했다.
보험사 실손보험 환수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법 규정에 따르면 본인부담상한액을 초과하는 금액은 피보험자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건보공단이 부담하는 비용”이라며 “실손보험 약관이 담보하는 것은 가입자가 실제로 최종 부담한 의료비에 한정되므로 환급액은 보상 대상에 포함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이중 보상’을 이유로 환급액에 대해 환수하고 있다.
반면 소비자단체는 소비자들의 실익이 줄어든다고 반발했다.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은 “건강보험료와 실손보험료를 모두 낸 소비자가 환급금을 다시 보험사에 돌려주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보험사들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환수를 강행하는 것은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환급·환수 절차의 복잡성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도 문제다. 소비자들이 보험사의 환수 요구에 대상 금액을 파악하고 서류 제출 등을 직접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각에선 본인부담상한제 우선 지급-사후정산 체계 도입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보험사가 의료 실손 보험금을 먼저 지급하고 이듬해 환급분은 건보공단이 직접 보험사와 정산하게 되면 소비자와의 갈등을 근본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의료비 환급·환수는 건보공단과 보험사 간 정산 문제인데 지금처럼 소비자가 끼어 있는 것은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법 개정, 부처 간 조율 등 과제가 남아있지만 건보공단과 보험사 모두 이미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기존 데이터베이스(DB) 연계만으로 정 산체계 구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