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섭 변호사의 ‘학교폭력’ 이야기] 처벌에서 관계 회복으로

입력 2025-08-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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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 제언]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대표 변호사

▲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대표 변호사
▲ 양윤섭 법률사무소 형설 대표 변호사

학교폭력 예방법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다. 지금의 학교 현장은 ‘피해 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교육 및 피해 학생과 가해 학생 간 분쟁 조정을 통하여 학생의 인권을 보호하고 학생을 건전한 사회 구성원으로 육성한다’는 법률 제정 목적과 멀어지고 학생들 간 갈등은 심화되고 있으며 학교폭력 해결 기간은 장기화되고 있다.

2024년 전국 중학교의 학교폭력 심의 건수는 1만7833건으로 전년 대비 27.3% 증가했다. 고등학교 역시 7446건으로 전년 대비 27.6% 급증했다. 게다가 2023년 교육부가 발표한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 따라, 2026학년도 대입을 앞둔 올해부터 학교폭력 조치 사항이 대학 입시 전형에 의무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했다.

대입 의무 반영은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도 있지만, 가해 학생으로 신고 될 경우 대학 입시에 치명적 영향을 미치게 되면서 학교폭력으로 인한 갈등이 더 심화되고 있다. 가해 학생으로 신고 된 학생이 피해 학생을 다시 가해 학생으로 신고하는 ‘맞폭’ 현상까지 발생하고 있다.

현행 ‘학폭위’ 개최 부작용 많아

학교폭력으로 인한 분쟁을 조기에 종식시키고, 소송이나 처벌이 아닌 교육적 차원의 해결이 필요한 시기이다. 학교폭력 예방법은 학교 내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해 학교폭력 대책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종결할 수 있도록 ‘자체 해결’ 제도를 두고 있다.

자체 해결은 ① 2주 이상의 신체적·정신적 치료를 요하는 진단서를 발급받지 않은 경우 ② 재산상 피해가 없는 경우 또는 재산상 피해가 즉각 복구되거나 복구 약속이 있는 경우 ③ 학교폭력이 지속적이지 않은 경우 ④ 학교폭력 신고 등에 대한 보복행위가 아닌 경우라는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피해 학생이 자체 해결에 동의하면 학교폭력 신고 사안을 종결할 수 있다.

그런데 현행법은 다른 요건들이 모두 충족되어도 피해 학생이 동의하지 않으면 반드시 학폭위를 개최하여 심의하도록 규정돼 있다. 비교적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도 학폭위 심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서, 학생들은 학폭위 개최 시까지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학업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더군다나 학폭위에서 학교폭력으로 인정되면 아무리 경미한 사안이라도 위원회는 반드시 가해 학생에 대한 처분을 해야 하고, 이에 따라 최소 1호 처분(서면 사과)을 하도록 되어 있어서 교육적 계도나 화해보다는 처벌 회피에 집중하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 2026학년도 대입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안.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 2026학년도 대입 학교폭력 조치 사항 반영안. (그래픽 = 신미영 기자 win8226@)

분쟁 조기해결 위해 완충장치 도입을

소년법이 교육적 선도를 목적으로 ‘선도조건부 기소유예’나 ‘교육이수조건부 기소유예’를 운용하는 것처럼 학교폭력도 분쟁의 조기 해결을 위한 완충 장치 도입 논의가 필요하다.

그 방법 중 하나로 학교폭력 전담기구가 자체 해결 요건을 판단할 때 객관적인 4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다면 피해 학생의 동의를 ‘임의적 고려 요소’로 판단하여 자체 해결로 종결하고, 피해 학생이 이에 대해 이의 신청해 학폭위 개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면 자체 해결 비율이 높아질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학폭위 처분을 학교생활 기록부에서 삭제할 때 피해 학생 동의를 임의적 판단 요소로 두고 있는 것처럼, 자체 해결 단계에서도 같은 접근법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제도 개선은 전담기구의 전문성 및 객관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변호사 등 외부 전문가의 참여를 확대해서 판단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현행법상 ‘관계회복 프로그램’ 제도를 자체 해결 과정에 적극적으로 연계‧활용해야 한다.

최근 교육부가 발표한 ‘제5차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 기본계획’은 초등학교 저학년 사안에 대해 심의 전 ‘관계 회복 숙려 기간’을 도입하여 교육적 해결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는 학교폭력 사안을 처벌에서 관계 회복 중심으로 전환하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학교폭력 예방법 제정 20년을 맞아 이제 ‘분쟁의 조기 해결’과 ‘교육적 관계 회복’이라는 법률 본래 취지로 돌아가야 한다. 피해 학생 동의 요건을 완화하여 자체 해결을 활성화할 뿐만 아니라 다양한 교육적 접근을 통해 학교폭력 신고 건수 증가와 해결 기간의 장기화 등 학교폭력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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