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의 입에 쏠린 눈…시장선 9월 인하론 대세
지나친 비둘기파 태도, 정치적 굴복 해석될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잭슨홀 회의 개막을 하루 앞둔 20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리사 쿡 연준 이사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건의 주택담보대출(모기지) 거래와 관련해 사기 의혹이 제기됐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쿡 이사가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해임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
빌 풀트 미국 연방주택금융청(FHFA) 국장은 이날 “팸 본디 법무부 장관에게 15일 자로 서한을 보내 쿡 이사가 형사 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어서 수사를 의뢰했다”고 밝혔다. 서한에는 “쿡 이사가 유리한 조건으로 주택 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문서와 부동산 기록을 위조해 사기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적혔다. 풀트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이자 연준 비판의 선봉장에 선 인물로 알려져 정치적 의도가 숨어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낳았다.
연준 내부 인사 재편도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지명했던 아드리아나 쿠글러 전 이사의 중도 사퇴를 계기로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내 세력 균형을 흔들 기회를 잡았다. 후임으로는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스티븐 마이런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이 지명돼 상원 인준 절차를 밟고 있다. 또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이달 초 필립 제퍼슨 연준 부의장을 차기 의장 후보군에 포함했다. 조기 기준금리 인하론자가 아닌 그를 회유해 포섭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잭슨홀 회의가 통화정책 논의의 상징적 무대인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직전에 던진 정치적 공세의 파장은 적지 않으리라고 우려된다. 잭슨홀 회의는 21일~23일 열리며 파월 의장의 연설은 22일 예정됐다. 미국 연방기금 금리 선물시장은 이미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보고 있다. 또 연내 두 차례 인하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만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앞서 8월 고용통계와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가 남아 있어 파월 의장이 잭슨홀 회의에서 방향을 고정 짓는 발언을 할지는 불분명하다.
관건은 파월 의장의 메시지 톤이다. 9월 인하 기대를 누그러뜨린다면 시장의 조정이 불가피하다. 반대로 지나치게 ‘비둘기파(통화완화)’ 태도를 보이면 정치적 압력에 굴복했다는 인식이 확산해 또 다른 불안 요인을 낳을 수 있다. 아폴로글로벌매니지먼트의 토르스텐 슬록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시장이 연준의 금리 인하를 정치적 요인으로 해석한다면 인플레이션 기대와 장기금리에 상승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파월 의장의 해임 가능성을 언급한 4월에도 미국증시 하락과 장기국채 금리 상승이 동시에 발생하는 등 시장이 혼란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파월 의장이 잭슨홀에서 과도한 비둘기파적 발언을 내놓으면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짚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