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 보좌관 ”韓 대통령 관련 우려 불식하게 돼”
현지언론 “안정적 관계 기대 日 내각과 같아”

이재명 대통령이 일본 언론을 통해 한일 관계의 방향성과 위안부 합의ㆍ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에 대한 견해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21일 자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위안부 합의와 징용 배상 문제 등과 관련해 현재 합의가 한국 국민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합의지만 국가와 국가의 약속인 만큼, 이를 뒤집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국가 간 관계에서 신뢰와 정책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원칙”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한편으로 위안부와 징용 문제는 가슴 아픈 주제다. 현실을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요미우리는 “이 대통령이 위안부ㆍ징용 문제를 ‘인간적 관점’에서 논의할 것을 제안한 것”이라며 “일본 측에 한국 국민에 대한 배려를 요청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일본 정치권과 언론은 이 대통령의 인터뷰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23일 이시바 시게루 총리와의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만큼 관심도 높았다.
한일의원연맹 회장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의 이번 방일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셔틀 외교가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앞서 7월 방한 때 이 대통령을 직접 면담한 그는 “이 대통령을 만났을 때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욕을 확인했다”고 덧붙였다.
이시바 총리의 보좌관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역시 언론의 논평 요구에 “많은 일본 국민이 한국 대통령의 반일 정책을 우려했다”며 “이번 인터뷰는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됐다”고 호평했다. 다만 이 대통령이 제언한 한일 공동 선언에 대해서는 “양국 관계가 더 강화될 경우 가능할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내비쳤다.
한일우호의원연맹 회장을 맡은 시게토쿠 가즈히코 입헌민주당 정조회장은 “(이번 인터뷰를 계기로) 안심하게 됐다”며 “동아시아에서 한국과 일본은 협력할 수밖에 없다”고 환영했다.
개혁보수성향 일본유신회의 후지타 후미타케 공동대표 역시 “미국이나 일본이 각각 단독으로 중국에 대해 대응하기 어렵다”라며 “이런 가운데 한국의 입장과 위치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5년마다 바뀌는 한국 행정부에 대한 불확실성을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한국의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려온 한일 관계가 이번에는 개선된 형태로 바뀔 것”이라며 “우리도 의회 외교로 (일본) 내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보수 논객 일부는 우려의 뜻을 밝혔다. 이들의 논조는 “한국의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였다. 다만 부정적 시각 대부분은 보도 시점만 이날 오전이었을 뿐 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를 평가한 것이었다. 요미우리의 보도 내용을 직접 고려한 것은 아닌 것으로 관측된다.
정치권과 함께 언론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지지통신(時事通信)은 “한국 대통령이 대일 합의 계승을 강조하며 ‘신뢰와 일관성’을 지키겠다고 밝혔다”고 핵심을 짚었다. FNN 방송은 “한일 관계 안정을 기대하는 인터뷰였다"며 "세부적인 현안은 한일 정상회담 의제로 분리해 다루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ANN 방송은 관방장관 오전 브리핑을 바탕으로 “한국 대통령의 정책은 안정적인 한일 관계를 기대하는 일본 내각의 기조와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 대통령은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1단계 핵·미사일 동결, 2단계 축소, 3단계 비핵화라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남북 관계에 대해서는 평화적인 공존과 상호존중에 입각한 공동 번영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보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