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화요일 대한민국은 불명예스러운 처음을 맞았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영부인 출신 중 처음으로 구속됐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구속된 첫 사례라는 기록도 함께 새겨졌다.
무릇 ‘처음’이란 삶의 소중한 순간을 기록하는 표현에 어울려야 한다. 아이가 처음 걸음마를 뗀 순간, 처음 사랑에 빠진 순간, 처음 직장에 출근하는 날. 처음은 희망이고 기념할만한 장면을 수식할 때 빛나는 단어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 청탁 의혹 등의 혐의로 구속된 김 여사는 처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 영부인 출신으로서 처음 구속된 김 여사는 단순히 개인의 몰락이 아닌 국민의 신뢰를 흔들었다.
김 여사는 윤 전 대통령이 대선 후보이던 당시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국민 앞에서 약속했지만 정권 내내 구설에 올랐고 결국 수면 아래 있던 ‘여사 리스크’는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며 현실화되고 말았다.
문제는 같은 일이 반복될수록 처음 느낀 감정도 무뎌진다는 점이다. 지난해 말 비상계엄 이후 국민은 이러한 의미의 처음을 너무 많이 경험했다. 첫 대통령 체포, 첫 현직 대통령 구속, 첫 영부인 구속까지 하나같이 자랑스럽지 못한 기록들이다.
처음은 다음의 가능성을 내포한다. 전례가 없던 일이 한 번 벌어지면 그건 더 이상 불가능한 일이 아니게 된다. 금기가 깨지는 순간 그 금기는 힘을 잃는다. 이미 수차례 권력자들의 일탈을 목격해온 국민들이 그들에게 더 이상 관심을 갖지 않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다.
영부인 구속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은 시작이 아니라 마지막이어야 한다. 연이은 불명예스러운 기록들은 우리에게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케 한다. 대통령과 그 가족에 대한 견제와 감시 시스템을 더욱 강화해야 하고, 그들의 행동에 대한 기준도 명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첫 영부인의 구속은 정권을 막론하고 존재해온 대통령 가족의 비리를 뽑아내는 처음이 돼야한다. 이번 특검의 조사를 통해 앞으로는 명예로운 처음만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