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세제·실적 부진 삼중고…투자심리 위축 불가피
잭슨홀·세제개편안 변수…코스피 향방 가를 분수령

코스피가 3200선 언저리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돌파-이탈’이 반복되는 줄다리기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정치·정책 불확실성과 기업 실적 부진, 대외 변수까지 겹치면서 증시는 당분간 박스권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48.38포인트(1.50%) 내린 3177.28에 장을 마쳤다. 지수는 지난 12일 이후 4거래일 만에 다시 3200선 아래로 추락했다. 미국·러시아 정상회담을 앞둔 경계감이 커진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반도체 관세 계획을 곧 발표하겠다고 밝히자 기술주를 중심으로 약세가 두드러졌다. 여기에 미국의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9% 오르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자 인플레이션 우려도 증폭됐다. 소비자들의 1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4.5%에서 4.9%로 상승했다. 이러한 대외 불확실성이 국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며 지수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최근 한 달간 코스피는 다섯 차례나 3200선을 넘었지만 매번 밀려나며 안착에는 실패했다. 지수는 지난달 14일 처음으로 3202선을 돌파했으나 곧바로 3180선으로 밀렸고 21일과 28일에도 각각 3200선을 재차 넘어섰지만 이틀도 채 버티지 못했다. 이달 들어서도 7일에는 3227까지 치솟으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불과 닷새 만에 3189까지 후퇴했다.
국내 증시가 3200선에서 등락을 반복하면서 박스권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증권가에서는 △미국의 관세 압박 △정부 세제개편안에 대한 실망감 △2분기 실적 부진 등이 동시에 작용했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외국인은 환율 변동성 확대 속 매수세가 약화됐고 일부 업종에서는 두 자릿수 ‘어닝 쇼크’가 발생했다. 정책 측면에서도 법인세·거래세 인상,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등이 시장 기대에 못 미쳤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달 주식시장은 생각보다 성과가 좋지 않다”며 “지난 4개월간 상승해온 코스피가 하락 반전 국면에 들어섰다”고 분석했다. 그는 “PER(주가수익비율) 배수에 불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존재하는데, 가장 큰 이유는 금리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 금리는 뚜렷한 방향성을 갖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물가 부담이 그 이유인데 최근 발표된 PPI가 전년 동월 대비 0.9% 급등하면서 향후 PCE(개인소비지출) 물가 흐름도 모호해졌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시장의 관심은 이번 주 열리는 잭슨홀 심포지엄에 쏠려 있다. 김 연구원은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어떻게 대응할지가 관전 포인트”라며 “특히 금리 인하에 대한 언급 여부가 단기 증시의 변동성을 좌우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 상황도 변수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방향성을 탐색하는 구간에 있다”며 “주간 코스피 예상 범위는 3150~3280”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국내 증시에서는 세제 개편안 이슈가 중요하다”며 “입법 예고기간(14일)이 끝난 만큼 9월 국회 본회의 통과 여부와 정부 입장 변화가 향후 투자심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지수 하단의 리레이팅(재평가)은 정책 변화가 상단은 펀더멘털과 거시경제 환경이 주도할 것”이라며 “3200선 공방이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