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수장 임명까지 길면 수개월⋯"주요 결정 밀릴 수밖에"

이재명 정부 부동산·국토 정책의 집행을 맡을 국토교통부 산하 핵심 공기업 수장 자리가 줄줄이 비면서 현안 추진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택 공급, 도시 개발, 철도·공항 인프라 등 정부 국정과제와 직결된 사안들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어 정책 공백에 따른 시장 혼란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17일 국토부 등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수서고속철도(SR)는 사실상 수장 공백 상태다.
정부 주택 공급 정책의 핵심 역할을 하는 LH는 이한준 사장이 5일 사의를 표하면서 사표 수리 절차를 밟고 있고, HUG도 유병태 전 사장이 6월 물러나 후임 인선 작업이 진행 중이다. 양영철 JDC 이사장과 이종국 SR 사장도 사의를 표명해 공백이 불가피해졌다.
사장 자리가 비어 1년 넘게 대행 체제인 곳도 있다. 한국공항공사는 윤형중 전 사장이 지난해 4월 중도 퇴임한 이후 이정기 사장직무대행 체제를 1년 넘게 유지 중이다. 손태락 한국부동산원 원장과 김일환 국토안전관리원 원장 역시 각각 지난해 2월, 올해 2월 임기가 끝났지만 후임자가 오지 않아 직을 유지하는 ‘임시 체제’다. 사실상 절반 가까운 국토부 산하 주요 공기업이 리더십 부재에 놓인 셈이다.
내년 상반기까지 ‘눈치 경영’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함진규 한국도로공사 사장과 이학재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이 각각 내년 2월과 6월 임기 만료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도 7월이면 끝난다. 강희업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대광위) 위원장이 국토부 2차관으로 이동하면서 이 자리도 새 리더가 필요한 상황이다.
국토부 정책을 뒷받침할 공기업들의 수장 자리가 비면서 굵직한 정책 추진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사표 수리만 해도 결격 사유 확인 후 대통령에게 임명 해제를 제청하고 재가받는 절차를 거치면 통상 2~3주가량 걸린다. 정부 부처 산하 기관장은 주무부처 장관 제청을 거쳐 임명하는데 검증 등을 생각하면 당장 인선에 돌입하더라도 임명까지 수개월이 필요하다. 수장이 없는 대행 체제에서는 주요 사안이 보류될 수밖에 없다.
당장 이재명 정부의 주택공급정책 발표도 이런 이유로 늦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27 대출 규제’ 시행 이후 공급 정책이 빠르게 제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두 달 가까이 추정만 있을 뿐 무소식이다. 이 대통령은 19개 부처 중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국토부 장관을 가장 늦게 임명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도 신속히 추진되기 어려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정부는 13일 국토부와 관련해 △‘5극 3 특’과 중소도시 균형성장 △행정수도 세종 완성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균형성장 거점 육성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두텁고 촘촘한 주거복지 실현을 주요 국정과제로 제시했다.
당장 풀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3기 신도시와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 노선, 가덕도 신공항 공사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한 국토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수장이 바뀌는 일이 반복돼 업무가 지연되고 연속성도 떨어진다”며 “중요한 결정은 새 수장이 와야 실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인선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