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정기획위원회가 총 100조 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 조성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통해 첨단혁신산업과 미래성장 분야를 육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이를 진두지휘할 금융당국의 조직개편과 인선이 지연되는 가운데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어 금융사들이 대응 전략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2일 국정기획위에 따르면 이번 국민성장펀드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첨단혁신산업펀드는 반도체·이차전지·바이오·인공지능(AI) 등 첨단전략산업과 국가전략기술을 대상으로 한다. 단순한 연구비 지원을 넘어 국가 핵심 수출 품목의 개발과 양산을 돕기 위해 저리 대출을 제공한다. AI 데이터센터, 에너지고속도로 설치 등 대규모 인프라 구축에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붙여 민간 자본을 매칭 투자한다.
미래성장펀드는 더 폭넓은 성장 산업과 지역 균형 발전을 겨냥한다. 운용 방식에 따라 △기본형 펀드 △지역 펀드 △프로젝트 펀드로 세분된다. 기본형 펀드는 정부와 금융기관이 각각 일정 비율(10%)로 출자해 국내·외 유망 투자처를 발굴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민간 자산운용사가 운영할 수 있으며 필요하면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구조로 상장시켜 자본 회수와 재투자를 이어간다는 복안이다.
지역 펀드는 지방은행과 지역 금융기관이 참여해 대규모 지역 개발 사업을 지원하며, 프로젝트 펀드는 금융공사가 초기 벤처캐피털(VC) 투자와 패키지 지원을 통해 전략 기업을 육성한다.
핵심은 모펀드-자펀드 구조다. 정부와 국책은행이 자금을 넣은 모펀드가 민간·연기금·국민이 참여하는 자펀드에 ‘후순위’로 10% 이상 출자한다. 후순위 출자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정부·국책은행의 출자금이 먼저 손실을 떠안는 방식이다. 예컨대 자펀드에서 1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그중 최소 10억 원은 정부·국책은행 자금에서 먼저 충당되고, 나머지 손실이 투자자에게 분배된다. 이로써 민간 자금 유입을 촉진할 수 있다.
금융권에는 새로운 투자·운용 참여 통로가 생기지만, 정부 지정 투자처 중심으로 운용될 가능성이 커 개별 금융사의 리스크 관리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책 설계 단계에서부터 투자 기준과 공동 리스크 평가 체계를 정교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펀드 조성에 앞서 투자 심사 기준, 운용사 선발 기준 등에 대한 정확한 조건과 청사진을 먼저 제시해야 자금운용 계획 수립 등 대비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금융당국의 조직개편과 인선이 미뤄지는 상황에서 정책 방향 제시도 늦춰지는 모습”이라며 “정책 로드맵이 나와야 금융사도 대응 전략을 세울 수 있는데, 현재로썬 이미 진행 중인 소상공인·기업 지원 홍보 외에는 뚜렷하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