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0% 하락 시 수출액 0.25% 감소
대미 수출 물량 큰 자동차 업계 큰 타격받을 듯

국내 산업계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전쟁에 이어 환율 압박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긴장하고 있다. 미국이 원·달러 환율 하락을 유도해 무역수지를 개선하려는 전략을 가시화할 경우, 자동차 등 수출 민감도가 높은 산업은 직접적인 수익성 악화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조업의 경우 생산 비용 절감 효과도 예상되지만, 또다시 불확실성이 커지며 장기적인 대응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13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발표한 ‘트럼프 2기 달러 약세 시나리오 점검 및 영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 및 제조업 부흥을 위해 고율 관세와 함께 달러 약세 유도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임시 이사로 지명한 스티븐 미란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은 과거 무역·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환율 조정과 약달러 유도 방안을 제안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무협은 ‘마러라고 합의(Mar-a-Lago Accord·달러화 약세에 대한 다자간 합의)’ 구상과 같이 미국이 관세 협상과 환율 협정을 연계할 경우, 원·달러 환율 하락이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양지원 무협 수석연구원은 “관세 영향 최소화를 위한 주요국의 통화가치 절하를 막기 위해 미국이 통화 강세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국내 산업계는 관세 협상 이후 환율 압박까지 받게 된다면 커다란 충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 하락하면 수출액은 0.25% 감소하고, 수입액은 1.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율 변동성 자체도 부담이다. 변동성이 1%포인트(p) 확대될 경우 수출물량이 1.54%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수출 민감도가 가장 높은 업종으로는 자동차 분야가 꼽힌다. 국내 자동차 생산량의 약 67%가 해외 시장으로 나가는 만큼 원화 강세에 따른 달러 매출 감소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지난해 자동차 수출액은 약 707억8900만 달러로, 환율이 10원 내려가면 완성차 업계의 매출은 수천억 원대가 감소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최근 미국 관세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겪고 있어 환율 하락 시 타격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항공업계나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화학·철강·정유 업종은 단기적으로는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환율 하락으로 원자재 수입단가가 낮아져 부담이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원·달러 환율 10% 하락 시 석탄·석유제품의 생산비용은 7.2%, 1차 금속제품은 6.0% 절감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항공사들도 항공유 구매비, 리스료 등 고정비 대부분을 달러로 결제하므로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다.
다만 산업계 전반으로는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해부터 환율 변동성이 높은 흐름이 이어지고 관세 인상 여파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또다시 급변하면 기업들 입장에서는 투자·고용·생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질 수밖에 없다. 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부터 트럼프 행정부 출범으로 대외 경영환경이 변화하고 국내 불확실성도 고조되면서 어려움이 많았다”며 “올해도 관세 여파와 내수 부진을 겪는 상황에서 환율 안정화와 산업 활력 회복 등에 대한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 이후 환율 하락에 대비한 조치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의 변동성이 단기간 내 급증하면 수출물량 위축이 우려된다”며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를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 이후 환율 하락에 대비한 조치를 세워야 한다고 제언한다. 양 수석연구원은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로 환율의 변동성이 단기간 내 급증하면 수출물량 위축이 우려된다”며 “환율 하락에 대비해 통화스와프 확대 등 외환시장 안정장치를 강화하고 수출기업의 환리스크 관리를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