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함께 구속’ 피하는 관례에도
“증거 인멸 염려” 컸단 분석 나와
서희건설 자수에 영장판사 질문에도
김 여사 “목걸이 안 받았다” 자충수
윤석열 전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13일 구속되면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동시에 구속되는 첫 사례가 됐다.


법원과 검찰에선 생업과 사회통념 등을 고려해 부부를 함께 구속하지 않는 관례를 갖고 있어 김 여사 구속영장이 기각될 수 있다는 전망이 일부 있었지만, 결국 김 여사는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다. 검찰은 2019년 12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불구속 기소한 반면 그 아내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구속 기소했다.
김 여사는 당초 경기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로 갈 예정이었으나, 김 여사 관련 의혹을 수사 중인 민중기 특별검사 팀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열리기 하루 전날인 11일 구금‧유치 장소 변경을 신청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구치소에는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이 수용돼 있다.
부부가 전부 구속된 전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거액 어음 사기 사건으로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철희‧장영자 부부 역시 검찰에 구속된 바 있다. 1999년 임창열 당시 경기도지사와 부인 주혜란 씨는 뇌물 수수‧알선 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김 여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외에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 수재 혐의를 받고 있다.
입장 묻자 金 ‘묵묵부답’
구속영장 발부 일자는 12일로,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김 여사는 “결혼 전 문제까지 거론돼 속상하다”는 취지의 최후 진술을 한 후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받았느냐”는 정재욱 서울중앙지법 영장 전담 부장판사 질문에 “안 받았습니다”라고 대답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은 이날 2시간 50분가량 김 여사 구속 필요성을 주장하면서, 김 여사에게 2022년 3월 6000만 원대 반클리프 목걸이를 준 사실을 인정한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의 자수서를 제시했는데 이를 염두에 둔 질문인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는 김 여사에 대해 정 부장판사는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적시했다.
정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0시 10분에 시작한 구속 심사를 오후 2시 35분께 끝냈다. 영장실질심사가 4시간 25분간 진행됐는데, 재판부는 같은 날 오후 1시쯤 5분간 휴정했고, 점심 식사를 위한 휴정은 따로 갖지 않았다. 예상보다 심리 시간이 길지 않아 특검팀 소명이 어느 정도 성공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김 여사는 오후 3시 법원 1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법정에서 직접 발언했느냐” “서희건설 회장이 목걸이 전달했다고 자수서 냈는데 어떤 입장인가” “구속 필요성 주장에 대한 입장이 있는가” “3가지 혐의를 다 부인하느냐” “국민들에게 할 말 없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7일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한 특검팀에서는 한문혁 부장검사를 포함한 검사 8명이 심문에 참석했다. 572쪽 분량 구속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한 데 이어 11일 276쪽 분량 의견서를 추가 제출하는 등 총 848쪽 분량에 달하는 의견서를 준비했다. 오전 시작된 특검 측 변론은 오후 1시까지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 측에서는 최지우‧채명성‧유정화‧배보윤 변호사가 나왔다. 김 여사 측은 약 80페이지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를 준비해 1시간 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명태균 의혹, 건진법사 의혹 등 사건별 혐의를 부인하며 범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고 한다.

영장청구서 포함되지 않아 “별건 주장 말라” 제지당해
이 목걸이는 김 여사가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 순방 당시 착용한 것으로, 재산 신고 목록에 이 목걸이가 빠진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불거졌다. 김 여사 측은 이 목걸이가 2010년쯤 홍콩에서 어머니 최은순 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한 모조품이고, 순방 직전 이를 빌렸다는 입장이었지만, 특검은 이를 정면으로 반박하는 증거를 들이민 셈이다.
특검은 11일 이 회장의 자수서를 받았고, 반클리프 목걸이 실물도 임의제출 받았다고 한다. 특검은 지난달 25일 경기 남양주시에 있는 김 여사 오빠 장모의 집을 압수 수색하면서 같은 디자인의 목걸이를 확보했는데, 감정 결과 이는 모조품으로 판명 났다.
그런데 이 회장이 자수와 함께 목걸이 실물을 제공하자, 특검은 김 여사가 거짓 진술을 했다며 구속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특검은 프레젠테이션을 마무리하기 직전 이 회장의 자수 내용 등을 제시했다고 한다.
다만 반클리프 목걸이가 핵심인 김 여사의 ‘재산 신고 누락’ 의혹은 이번 구속영장 청구서에 포함되지 않았다. 정 부장판사도 특검 측이 이 회장 자수서를 제시하자 “별건은 (주장)하지 마시지요”라며 제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특검은 브리핑에서 “구속 필요성 관련 주장은 사건 전후의 경위 등을 상세히 얘기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184억 원 IMS모빌리티 투자받아
지분매각 후 46억 원 공유 의혹
아울러 특검팀은 이날 오후 6시 15분쯤 김 여사 ‘집사’로 지목된 김예성 씨를 체포했다. 김 씨는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불법적이거나 부정한 일에 연루된 바 없다”며 “특검에 최대한 협조하고 성실히 조사 받겠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이날 오후 6시 15분쯤 인천국제공항에서 김 씨를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체포해 광화문 사무실로 압송했다. 체포영장은 김 씨가 탑승한 항공편이 공항에 착륙한 직후 집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특검 관계자들과 함께 입국장을 나오면서 취재진에게 “특검 수사에 최대한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김 여사와 경제공동체 관계를 인정하느냐’ ‘김 여사와 인연이 2018년부터 끊겼다고 했는데 따로 접촉한 사실은 없느냐’ ‘김 여사와의 친분을 이용해 투자 받은 사실이 없느냐’ 등 취재진 질문에는 답변하지 않았다.
김 씨는 김 여사와의 친분을 내세워 IMS모빌리티에 184억 원 규모 대기업 투자를 유치하고, 지난 2023년 IMS모빌리티 지분을 매각해 벌어들인 46억 원을 김 여사와 공유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IMS모빌리티는 김 씨가 설립에 관여한 렌터카 업체다.
박일경 기자 ekpark@‧전아현 기자 cahyu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