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퀄테스트·HBM4 전환이 분수령
마이크론, 삼성보다 엔비디아에 먼저 진입
SK하이닉스도 고객사 다변화 가능성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고대역폭메모리(HBM) 공급 관계가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양사는 1년 넘게 HBM3E(5세대 HBM) 공급·구매를 사실상 전속 체계로 이어왔지만, 인공지능(AI) 시장 확대와 가격 협상력 강화를 위해 공급사·고객사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에선 올해 하반기 HBM3E·HBM4(6세대 HBM) 품질 테스트나 차세대 HBM4 전환 시점이 파트너십 재편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는 HBM4 12단의 가격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는 공급망 재편 신호 중 하나로 해석된다.
SK하이닉스는 수년 전부터 엔비디아에 HBM2를 납품하며 장기간 신뢰를 쌓아왔다. 지난해 AI 시대가 본격 개화하며 정보기술(IT) 기업들의 엔비디아 AI 가속기 수요가 크게 급증했고, 여기에 탑재되는 핵심 메모리인 HBM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AI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점유율이 80%를 웃도는 엔비디아에 SK하이닉스가 HBM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며 돈독한 동맹관계가 이어져왔다.
그러나 이들의 오랜 관계가 변화를 맞을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 입장에서는 SK하이닉스 외에 다른 공급사가 진입해야 제품 단가를 낮출 수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을 다변화해야 안정적인 납품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 AI 시장 확대로 수요가 증가하는 만큼 이에 맞춰 양사 모두 다른 공급사·고객사를 찾는 것이 경영 전략상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HBM로 묶인 엔비디아와 SK하이닉스의 관계를 누가 먼저 바꿀지가 관전 포인트다. 마이크론은 이미 엔비디아에 HBM3E를 일부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캐파(생산능력)이 한정됐지만, 앞으로 점차 비중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연말, 올해 상반기로 예정된 품질 인증(퀄 테스트)에서 특별한 소식이 없었고 올해 연말 퀄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AMD에 대한 삼성전자의 HBM3E 공급이 문제 없이 진행되는 만큼, 엔비디아 역시 SK하이닉스 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 조만간 삼성전자의 제품이 통과되지 않겠냐는 전망이 우세하다.

결정적인 변곡점은 올해 하반기 엔비디아의 HBM3E와 HBM4의 퀄 테스트 통과 결과가 나오는 시점, 또는 차세대 제품인 HBM4 세대 전환 시점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기술 전환과 캐파 확충이 맞물리며 납품사와 고객사의 다변화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SK하이닉스 역시 고객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설 것으로 분석된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고객 다변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SK하이닉스가 보유하는 HBM 캐파의 일정 부분을 주문형반도체(ASIC) 고객들에게 할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