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빅파마와 협업‧기술수출 등 성과가 원인

국내 바이오 투자 한파 속에서도 넥스아이와 일리미스테라퓨틱스가 시리즈B에서 역대급 투자를 유치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기술이전이나 전략적 파트너십 등 뚜렷한 성과를 보여야만 대규모 투자가 이뤄지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면역항암제 기업 넥스아이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기업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시리즈B에서 각각 약 610억 원, 58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시리즈B 투자금이 보통 300억 원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두 회사 모두 평균보다 두 배 이상 많은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넥스아이는 이날 61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펀딩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회사는 자체 개발한 면역항암제 타깃 발굴 플랫폼을 통해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체계적으로 분석하고,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3월 글로벌 면역항암제 ‘옵디보’의 원개발사인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면역항암제 후보물질 ‘NXI-101’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글로벌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GC녹십자와 면역항암제 공동개발 협약을 맺었고, 또 다른 후보물질 ‘NXI-201’은 내년 상반기 임상 1상 신청을 앞두고 있다.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지난달 580억 원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GAIA 플랫폼을 기반으로 알츠하이머병과 면역질환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연구 초기 단계이지만 다국적 제약사와의 조기 공동개발, 정부 연구개발(R&D) 과제 연속 선정, 지난해 10월 일라이릴리와의 파트너십 체결 등이 투자 신뢰를 높였다. 앞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 이노베이션 챌린지 우승, 존슨앤드존슨 글로벌 인큐베이터 합류 등 글로벌 제약사와 네트워크를 꾸준히 넓혀온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업계는 두 기업 사례를 ‘선택과 집중’의 결과로 본다. 투자 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도 명확한 성과와 사업성이 입증된 곳에 자금이 몰린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진에딧(약 473억 원)과 에임드바이오(약 400억 원)가 시리즈B에서 대규모 투자를 받았는데, 이들 역시 기술이전과 글로벌 협업을 기반으로 신뢰를 확보했다.
한 벤처캐피털(VC)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와 기술이전이나 사업화 성과는 기술력 검증의 핵심”이라며 “대규모 자금이 모이려면 기존 주주들이 후속 투자로 신뢰를 이어가고, 앵커(주요 투자자) 역할을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두 기업은 초기 투자자들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 신규 투자자들도 안심하고 참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두 기업의 기존 투자자들은 시리즈B에도 대거 참여했다. 특히 넥스아이는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도 직접 지분투자에 참여하며 상장 기대감을 키웠다.
바이오업계 한 관계자는 “넥스아이는 창업 3년 만에 기술수출에 성공했고, 일리미스테라퓨틱스는 글로벌 빅파마가 주관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챌린지에서 수상하고 파트너십을 맺으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라며 “최근 시장은 성과가 뚜렷하고 리스크가 낮은 기업에 자금이 집중되는 흐름이다. 전반적으로 시장이 많이 신중해졌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