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발언대]기후위기와 지역발전, 탄소중립을 위한 단상

입력 2025-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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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석 한국환경연구원(KEI) 물국토연구본부장)
(박창석 한국환경연구원(KEI) 물국토연구본부장)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는 목표는 전 세계적인 약속이 됐다. 우리나라도 이를 위해 ‘탄소중립기본법’을 만들고, 도시와 지역에서 다양한 탈탄소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가 하나 있다. 즉, 지역 간 격차, 균형발전 문제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수도권과 비수도권으로 구분하여 살펴보면, 1인당 온실가스 배출은 비수도권에서 더 많이 중가했고, 지역내총생산(GRDP)당 온실가스 배출량은 비수도권에서 더 더디게 감소했다. 이러한 양상은 기후위기 시대에 지역에 따른 사회경제적 격차와 더불어 탄소중립 격차와 불균형이 새롭게 나타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준다. 탄소중립은 기후를 지키는 일일 뿐만 아니라, 지역의 미래를 새롭게 설계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이나 대도시 중심으로 추진된다면, 농어촌 지역과 중소도시 등은 소외되고 더 어려워질 수 있다.

기후위기와 지역격차, 함께 풀어야 할 과제

우리나라의 많은 지역에서 인구는 줄고 산업은 쇠퇴하고 있다. 기후위기까지 겹치면 지역은 이중의 어려움을 겪게 된다, 탄소중립은 새로운 일자리, 기술, 산업이 생겨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농촌에서는 태양광,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사업이 가능하고, 산림과 같은 자연환경은 탄소를 흡수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쓸모가 없어진 폐·유휴지는 자연공간으로 복원하고 여기에 문화체육공간을 조성하게 된다면 지역에 활력을 제공할 수 있다. 이처럼 지역의 특성에 맞춰 탄소중립 정책을 설계한다면, 지역을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지역 중심의 정책방향, 어떻게 가야 하나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이 지역의 기회가 되려면 정책이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한 몇 가지 정책방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도시, 농촌, 어촌, 산업단지 등 각 지역의 특성에 따라 탄소중립을 위한 다른 전략이 필요하다. 대도시는 에너지-건물-교통 등 통합형 감축 전략과 함께 농촌은 태양광이나 바이오에너지 중심으로, 산업도시는 탄소배출 많은 공장을 친환경으로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출 수 있다. 특히, 자연환경이 우수한 지역은 고품질의 생태계 서비스를 누리면서 재생에너지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 탄소중립 공간으로 재편해 새로운 매력공간이 되도록 계획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강점인 ICT 등 디지털 전환은 온실가스 감축에도 도움이 된다. 전남 여수, 충남 당진 등 산업단지와 인천 서구, 울산 등 산업부분에 대한 ICT 자본 투자는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들 산업지역에 재생에너지로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고 ICT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계획한다. 셋째, 재생에너지, 수송, 건물, 흡수원 등 분야별 감축경로를 세분화하고 온실가스 감축경로를 그리면 탄소중립 목표가 현실적인 얼굴을 갖게 된다. 온실가스 감축량과 같은 수치와 함께, 일자리 증가, 전기요금 절감, 미세먼지 개선 등 주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가치 지표를 제시하면 정책효과가 눈에 잡힌다. 지역 주민들이 이해하고 관심을 기울이면 탄소중립 정책과 사업은 힘을 가지게 된다. 온실가스를 줄이는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사회경제적 영향도 검토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토지이용·교통·생태 데이터를 한 지도에서 검증할 디지털 플랫폼이 부족하다. 국토계획 GIS(지리정보시스템)와 환경 데이터베이스를 결합한 ‘그린-랜드’ 플랫폼을 만들어 일종의 ‘탄소예산’을 자동 산출·검증하도록 한다. 여기에 공공-민간-시민 간의 기후계약을 도입해 법적 구속력 대신 인센티브로 실행력을 높이고, ‘지역 맞춤 탄소 다이어트’ 프로그램으로 전기버스·태양광 같은 인프라 투자와 생활습관 교육을 엮어 효과를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국토계획과 환경계획, 함께 움직여야 한다

국토계획은 토지이용과 개발, 교통 등 인프라 공급에 주력하는 반면, 환경계획은 생태보전과 환경질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 그 동안 이 두 계획은 따로 움직여 왔다. 하지만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이라는 새로운 조건은 두 계획의 칸막이를 허물고 협력적 전환을 요구한다. 지역에서 필요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전기를 적게 쓰는 ‘제로에너지 건물’을 짓고, 자동차 대신 대중교통과 자전거 이용을 늘리고, 도시훼손지에 자연을 복원하여 흡수원을 확충하고 회복탄력성을 높이는 여러 정책들은 국토계획과 환경계획이 함께 만들어 가면 보다 효과적일 것이다.

탄소중립은 단순히 온실가스를 줄이는 일이 아니다. 지역의 삶을 바꾸고, 모두가 함께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 수 있는 기회다. 탄소중립과 균형발전은 따로 갈 수 없다. 녹색이 균형을 만들고, 균형이 지속가능한 녹색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탄소중립을 고려한 균형발전은 환경과 경제의 조화를 도모하고, 사람과 지역의 가치를 지키는 국가 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우리 동네 태양광 패널, 전기버스, 걷기 좋은 거리가 모여 지역의 미래를, 나아가 우리 국토의 모습을 지속가능하게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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