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감 후] 리부트 삼성전자

입력 2025-08-1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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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다시 달리고 있다. 애플, 테슬라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굵직한 수주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면서, 몇 년간 주춤했던 ‘삼성의 기세’가 살아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이면에는 여러 요인이 깔려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한국 기업에 일부 반사이익을 준 것도 맞다. 하지만 재계 안팎에서 이 변화의 촉발점으로 꼽는 것은 단연 이재용 회장의 완전한 복귀다.

이 회장은 그간 수년간의 사법리스크로 글로벌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아왔다. 해외 출장과 대면 네트워킹이 제한되면서, 직접적인 영업·협상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그러나 법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복귀 이후 그는 중국·미국 등 핵심 지역 출장을 통해 '글로벌 세일즈'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이 회장은 지난 3월 중국 출장길에 비야디(BYD) 등을 방문했는데, 다음 달 삼성전기는 BYD로부터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대규모 공급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

삼성전자의 미국 텍사스 파운드리 공장은 이번 애플 차세대 칩, 테슬라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주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메이드 인 아메리카’ 전략에 부합하는 생산 거점이라는 점이 경쟁 우위를 제공했지만, 단순히 지리적 이점만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업계 관계자들은 “삼성이 장기간 쌓아온 품질 신뢰, 가격 경쟁력, 그리고 무엇보다 이 회장과 빅테크 CEO 간의 직접 신뢰가 결합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한 반도체 업계 임원은 “최고 의사결정권자 간의 전화 한 통이 수개월 걸리는 협상을 하루 만에 끝내는 경우가 있다”며 글로벌 경영 네트워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회장의 복귀와 함께 삼성전자의 인수합병(M&A) 전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사법리스크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 보수적으로 움직였던 대규모 인수합병이 다시 가동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삼성전자는 유럽의 공조 시스템 전문기업 플랙트그룹을 인수하며 에너지·친환경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업계에선 AI, 바이오, 전장 반도체 분야에서 후속 대형 M&A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 회장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글로벌 자본과 인력을 적극 투입하려는 의지가 뚜렷하다는 해석이다.

정치·경제 환경 변화도 삼성전자의 ‘리스타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 반도체에 대한 고율의 관세 부과 정책은 미국 내 생산 거점을 확보한 삼성이 경쟁사 대비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도록 해줬다. 특히 대만 TSMC의 주력 생산지가 중국과 아시아에 남아 있는 상황에서 삼성의 미국 텍사스 공장은 전략적 무기가 됐다.

다만 낙관론만으로는 부족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AI 반도체 패권 경쟁 등 변수는 여전하다. 기술·가격 경쟁에서 우위를 유지하려면 지속적인 투자와 혁신이 필요하다. M&A 역시 통합 과정의 시너지 확보가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이번 빅테크 수주가 장기 성장 궤도로 이어지기 위해선 리더십·투자·혁신이 얼마나 조화를 이루느냐에 달려 있다. 이 회장의 복귀는 이미 기업 내부 결속과 글로벌 네트워크 회복에 불을 지폈다. 여기에 기술 초격차 전략, 공격적 M&A가 맞물린다면 글로벌 공급망과 기술 판도가 재편되는 한가운데서 삼성전자가 다시 판을 주도하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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