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치·장유샤 ‘킹메이커’ 핵심 역할 관측
인리 베이징시 당서기 등 50~60대 관료 주목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시 주석은 자신의 정치 후계자가 누가 될지에 대해 아무런 신호를 주지 않았다”면서 “현재 세 번째로 맞은 5년 임기의 중반부에서 71세 시 주석의 후계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의문은 중국 내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점점 시급한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고 짚었다.
리청 홍콩대 정치학과 교수는 “시 주석의 후계 구도 준비가 이미 진행 중이라는 징후가 있으며, 그가 4연임을 시작할 즈음 계획을 더 명확히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아직 야심을 드러내지 않은 온순해 보이는 고위 지도자들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고 진단했다.
우선 2027년까지 유지될 중국 공산당 최고지도부인 중앙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시 주석이 직접 후계자로 지목할 만한 인물은 없다는 평이다. 은퇴 연령 관례상 대부분 2027년에 물러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일부 분석가는 중국 권력 서열 5위인 차이치 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가 핵심 킹메이커 역할을 할 것으로 지목했다. 69세의 차이 서기는 시 주석과 함께 여행하거나 회의에 참석하는 모습이 국영매체에 자주 보도돼 그의 중요성을 보여줬다.
싱가포르국립대 동아시아연구소의 방문연구교수 프랭크 피케는 “사람들은 차이 서기를 두려워한다”면서 “후계자는 최소한 초기에는 그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FT가 인터뷰한 다른 외교관들과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예상치 못하게 물러나야 한다면 인민해방군이 중추적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게 되면 시 주석에 이어 군부 이인자인 장유샤 군사위원회 부주석이 핵심 인물이 될 가능성이 있다. 장 부주석과 시 주석의 부친은 중국 내전 당시 동지였고 혁명 지도자였으며, 그는 수년간의 군부 고위층 숙청에서도 시 주석의 신뢰를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최근에는 시 주석과의 갈등설이 돌아 눈길을 끌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정치 연구원 닐 토머스는 “당이 군을 지휘하지만, 어떤 후계자든 인민해방군 지도부의 지지를 받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승인은 받아야 한다”면서 “승계 위기가 생기면 장 부주석은 군부를 과도하게 옥죄지 않을 후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차기 지도자를 예측하려는 학자들과 외교관들은 50대나 60대 초반의 당 관료들을 주목하고 있다. 주요 도시와 성(省)의 고위직 범주에서는 62세의 인리 베이징시 당서기, 65세의 전직 정보기관 출신으로 현재 중국 법률 시스템을 총괄하는 천원칭 중앙정법위원회 서기 등이 해당된다. 둘은 시 주석과 수년간 함께 일해왔으며, 국영 매체에 자주 등장하고 중국과 해외에서 외국 고위인사들을 접견할 수 있도록 허가를 받았다.
서구 세계와의 경쟁에서 중국의 기술적 독립과 군사력 확대, 그리고 심각한 지방정부 부채 관리라는 시 주석의 정책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경력을 가진 신진 간부들도 조명을 받고 있다. 인융 베이징 시장, 천지닝 상하이 당서기, 장훙원 안후이성 부성장 등이 그렇다. 실제 중국 전역에는 과학기술 분야 전문성이 깊은 부성장들이 20명 이상 있으며, 특히 시 주석이 수학한 칭화대 출신들이 많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