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향한 한국의 항해, 신기루인가 미래인가 [마감 후]

입력 2025-08-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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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경제부 차장

▲정치경제부 차장.
▲정치경제부 차장.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이 한 언론사와 인터뷰에서 내년부터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재개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정부 내 북극항로 전담조직을 연내 신설하고, 관련 부처와 함께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북극의 얼음을 깨겠다’는 장관의 의지는 남다르다. 해수부 부산 이전과 북극항로 개척을 아우르는 ‘북극성 프로젝트’는 단지 물류 전략을 넘어 국가 경제의 축을 재편하려는 야심 찬 구상이다. 하지만 이 구상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북극항로의 가장 큰 장점은 거리와 시간의 단축이다. 기존의 수에즈 운하를 거치는 남방항로에 비해 북극항로는 유럽까지의 항해 거리를 약 30~40% 줄일 수 있다. 이로 인해 운송비 절감, 온실가스 감축, 신속한 공급망 확보라는 기대 효과가 따른다. 기후 변화로 해빙 면적이 줄어들면서 연중 항로 개방 가능성도 점차 커지고 있다.

이미 주요국은 발 빠르게 대응 중이다. 러시아는 2035년까지 39조 원을 북극항로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고, 미국은 쇄빙선 15척 구매를 발표했다. 중국은 ‘빙상 실크로드’ 구상 아래 북극항로를 이미 수십 차례 운항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 정부의 ‘재도전’ 선언은 다소 늦었지만 필요한 대응으로 평가될 수 있다.

특히 전 장관은 북극항로의 거점항만으로 부산을 지목하며, 중국 상하이와의 경쟁을 언급했다. 국제 질서 재편 속에서 부산은 지정학적·외교적으로 ‘대안 항만’으로서 주목받을 여지가 있다.

하지만 찬사만으론 부족하다. 북극항로 개척은 기후위기의 역설적 산물이다. 북극의 해빙이 줄어들어 항로가 열렸다는 사실은 결국 지구 온난화가 만든 재난의 징후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대응을 말하면서, 동시에 그 결과물인 북극항로를 경제 기회로 삼는 것이 과연 도덕적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까?

또한, 환경 훼손 우려도 크다. 북극은 지구에서 가장 민감한 생태계를 가진 지역으로, 상업 항해와 항만 개발은 생태계 교란, 유류 오염, 소음 공해 등 다양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러시아가 이미 상업화를 추진 중이지만, 국제사회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한국이 이 흐름에 뛰어드는 것이 과연 지속가능한 방향인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경제적 실익도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북극항로는 얼음, 기상, 운항기술 등 다양한 위험 요소를 동반한다. 쇄빙선 확보는 필수지만, 우리나라는 쇄빙선 운항 경험과 장비 면에서 미국·러시아·중국에 비해 크게 뒤처져 있다. 아직 상용화 단계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과거 2013년부터 2016년까지 해수부가 추진한 시범운항도 비용 대비 효율성이 낮다는 이유로 중단된 바 있다.

더욱이 한국 해운업계는 이미 세계 해운 경쟁에서 녹록지 않은 위치에 있다. 북극항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기술 개발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북극항로는 '희망 고속도로'가 아닌 '얼어붙은 미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

전재수 장관의 북극항로 전략은 단순한 해운 정책이 아니다. 그는 해수부의 부산 이전과 함께 부산·울산·경남·포항 등지에 북극항로 경제권역을 형성하겠다는 구상까지 내놓았다. 이 지역 균형발전 전략이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도 가능하다.

그러나 정책 추진의 속도와 방향은 보다 정교해야 한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무리한 시범운항이나, 기술·인프라 준비 없는 선언적 사업이 반복된다면 북극항로는 또 한 번 ‘중단된 실험’이 될 수 있다. 무엇보다 국제사회의 환경 기준과 조화를 이루는 정책 설계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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