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케데헌' 인기에 벌어진 '뜻밖의' 일들 [엔터로그]

입력 2025-08-06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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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랑하는 스타와 인기 콘텐츠, 그 이면의 맥락을 들여다봅니다. 화려한 조명 뒤 자리 잡은 조용한 이야기들. '엔터로그'에서 만나보세요.

▲(출처=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출처=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내가 보고 있는 게 맞아?"

최근 네티즌 사이에서 심심찮게 나오는 말입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이하 케데헌)'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면서 뜻밖의 일들이 펼쳐지고 있기 때문인데요. 단순히 애니메이션이 '넷플릭스 1위를 차지했다' 수준을 넘은, 괄목할 만한 일들입니다.

작품 OST는 지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수장인 프로듀서 테디부터 쿠시, 24, 빈스, 대니 정 등 더블랙레이블 사단부터 그룹 방탄소년단(BTS) 히트곡 '작은 것들을 위한 시', 트와이스 '셋 미 프리(SET ME FREE)'로 많은 사랑을 받은 린드그렌, BTS의 '버터(Butter)' 공동 작곡가 제나 앤드류스 등 스타 프로듀서 라인업을 꾸린 데다가, 벅차오르는 곡 구조, 매 컴백마다 뚜렷한 콘셉트, 멤버들의 서사 등 K팝 특유의 매력이 잘 녹아든 터라 세계적인 인기는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그러나 팬들은 단순히 OST를 즐겨 듣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 관심은 K팝을 넘어 각종 머천다이즈(MD), 관광,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로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이 생소한 광경을 보면서 한국 네티즌들은 '문화 국가'를 꿈꾼 김구를 거론, "선생님, 보고 계십니까"라고 감탄하는 중입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세계적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그룹 트와이스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2일(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세계적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그룹 트와이스의 무대가 펼쳐지고 있다. (사진제공=JYP엔터테인먼트)

"트와이스가 혼문을 지켰다"…시카고 하늘 수놓은 드론쇼

"더 혼문 이즈 실드(THE HONMUN IS SEALED)."

최근엔 '케데헌'의 핵심 세계관, '혼문'이 완성됐습니다. 혼문은 극 중 전 세계 사람들을 악귀로부터 보호하는 방어막 역할인데요. 걸그룹 헌트릭스가 노래로 세상을 물들일 때마다 이 혼문의 힘이 강력해지고 사람들을 안전하게 보호하죠.

이 혼문이 현실에서 재현됐습니다. 그룹 트와이스가 K팝 걸그룹 최초로 세계적인 뮤직 페스티벌 '롤라팔루자 시카고'(Lollapalooza Chicago) 메인 헤드라이너로 나서면서죠. 트와이스는 2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 그랜트 파크에서 열린 '롤라팔루자 시카고'에서 총 21곡으로 구성된 세트리스트를 90분간 완벽히 소화했습니다.

이날 무대 중 하이라이트는 '테이크다운(Takedown)' 무대였습니다. 멤버 정연, 지효, 채영이 참여한 이 곡은 '케데헌'의 OST로 많은 사랑을 받았죠. 지난해 12월 발표한 뒤 '케데헌'에 삽입돼 글로벌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을 기록한 '스트레티지(Strategy)'도 호응을 이끌어냈습니다.

공연 말미 시카고 밤하늘은 불빛으로 물들었습니다. 트와이스의 공식 로고가 드론 쇼를 통해 하늘에 수놓아진 건데요. 헌트릭스 로고, 갓을 쓴 사자보이즈 멤버, 더피와 서씨, 트와이스 캐릭터 라부리 등도 하늘에 그려져 '인증 샷'을 불렀습니다. 특히 마지막은 "THE HONMUN IS SEALED"는 문구로 마무리돼 전율을 안겼죠.

이 드론쇼는 넷플릭스에서 준비한 '선물'이었는데요. 넷플릭스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 장면의 사진과 함께 '트와이스가 롤라팔루자에서 혼문을 완성했다'고 썼습니다. 또 드론 퍼포먼스가 펼쳐질 때는 '유어 아이돌(Your Idol)', '하우 잇츠 던(How It's Done)', '골든(Golden)' 등 '케데헌' OST가 흘러나왔는데요. 현지 리스너들의 떼창이 이어져 감탄을 자아냈죠.

이에 앞선 1일(현지시간)에는 '귀마'가 등장했습니다. 이날 오후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케이콘 LA 2025(KCON LA 2025)'의 오프닝에서는 대형 스크린에 귀마가 나타나더니 "나는 귀마다. 나는 K팝을 사랑한다. 난 음악 소리에 지배당하고 있다. 여기 새로운 K팝 밴드를 찾으러 왔다"는 독백이 흘러나와 긴장감을 높였습니다. 배우 이병헌이 자신이 연기한 귀마 목소리로 '케이콘'에 등장한 겁니다. 이를 들은 K팝 팬들은 큰 환호성을 내질렀죠.

이어 직접 무대에 오른 이병헌은 "세계가 K-컬처와 깊은 사랑에 빠져 있다. 그 중심에 케이콘이 있다. 이제 케이콘을 시작하자"고 외치며 축제의 막을 올렸습니다.

케이콘은 2012년 CJ ENM 주최로 미국 어바인에서 처음 열린 후 매년 규모를 키워오며 미국 K팝 팬들의 성지로 거듭났습니다. 올해 LA는 케이콘의 문화·사회·경제적 기여를 인정해 8월 1일을 공식 '케이콘 데이(KCON Day)'로도 지정했죠.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홈페이지 캡처)
▲(출처=국립중앙박물관 문화상품 홈페이지 캡처)

국중박 인기도 '껑충'…한국 명소 들러볼까

'케데헌'이 촉발한 관심은 음악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이제 화면을 넘어 K팝 무대로, 또 이어서 박물관(?)으로도 확장되고 있는데요. 전통 무기, 한복, 도깨비, 나비매듭 등 한국의 전통 소재가 애니메이션 속에서 힙한 아이템처럼 소비되면서 자연스럽게 한국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진 겁니다.

가장 많은 관심을 받는 곳은 국립중앙박물관입니다. 아름다운 문화유산과 참신한 공간 연출이 빛나는 국립중앙박물관은 기념품으로도 인기가 높은데요. 기념품 브랜드 '뮷즈'는 그룹 방탄소년단(BTS) 멤버 RM이 소개해 주목받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를 시작으로 차가운 술을 따르면 술잔에 그려진 취객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르는 '취객 변색잔', 석굴암을 재현한 '석굴암 조명' 등 참신한 상품들로 대중적인 인지도를 쌓아왔습니다.

요즘엔 적지 않은 이들이 이를 갈고 있습니다. 안 그래도 사기 힘들었던 인기 '뮷즈' 상품들을 '케데헌' 이후 더욱 구하기 힘들어졌다는 겁니다.

실로 최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는 운영 시간에 맞춰 오픈런 줄을 서는 시민들을 볼 수 있습니다. 전시를 관람하려고, 또 뮷즈를 구매하려고 아침 일찍 박물관을 찾은 이들인데요. 대표적인 상품이 '까치 호랑이 배지' 입니다. '케데헌' 속 더피·서씨 듀오를 연상케 하는 이 굿즈는 지난달에만 7차례 재입고-품절을 반복했습니다.

이달 초 출시된 '곤룡포 비치타월'도 인기를 끄는데요. 오전 7시 30분부터 이를 구매하기 위한 줄이 늘어설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줄을 서더라도 모두가 상품을 구매할 수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제작 업체에 따르면 "갑작스러운 폭발적 주문으로 출고 수량을 10배 이상 늘렸지만 현재 열기에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라며 "다음 달부터는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합니다.

박물관이 세계관에 '과몰입'한 팬들이 성지처럼 찾는 '입덕 코스'가 된 셈인데요.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도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국사에 관심이 생겼다'는 말이 나옵니다. 틱톡, 유튜브, 레딧 등에는 '케데헌' 속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설명하는 콘텐츠가 적지 않습니다. '케데헌' 코스프레를 한 유튜버가 노리개, 검무, 일월오봉도, 민화 등을 소개하는 콘텐츠도 눈길을 끈 바 있습니다.

이 같은 흐름은 수치로도 입증됩니다. 올해 국립중앙박물관 방문객 수는 271만 명에 육박했는데요.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60%가량 늘어난 수치이자 용산 이전 개관 이후 20년 만의 최고 기록입니다.

지난해에는 총 378만 명이 방문한 걸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수치입니다. 2023년(418만 명) 대비 감소하긴 했으나, 영국에 본부를 둔 미술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에 따르면 지난해 관람객 378만여 명은 조사에 참여한 박물관과 미술관 기준으로 세계 8위에 해당하는 순위입니다. 당시 관람객 수 1위를 차지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이 873만여 명이었습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71만 명에 가까운 관람객이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으면서 순위 상승도 기대해볼 법합니다. 세계 4위, 그 이상의 가능성도 점쳐지죠.

이 밖에도 극 중 '루미'와 '진우'가 비밀리에 접선하는 장소인 낙산공원을 비롯해 남산서울타워, 한의원 등에 대한 외국인들의 관심이 커지는 모양샙니다. 국내 인바운드 관광 리딩 플랫폼 크리에이트립에 따르면 6월 20일 '케데헌' 공개 이후 한 달간(6월 20일~7월 19일) 외국인 관광객의 관광 예약 건수 및 거래 액수는 전월(5월 20일~6월 19일)에 비해 큰 폭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죠.

▲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69만455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람객(33만8천868명)의 배를 넘는 수치다. (연합뉴스)
▲1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시민들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날 국립중앙박물관에 따르면 올해 7월 1일부터 3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관람객 수는 총 69만4552명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관람객(33만8천868명)의 배를 넘는 수치다. (연합뉴스)

박물관 유료화, 어떻게 생각하세요?

'케데헌'은 뜻밖의 갑론을박도 낳았습니다. 뜨거운 인기로 박물관 관람객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국립중앙박물관의 무료 입장 정책을 유지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 제기된 건데요. K팝 팬들의 방문이 박물관 문턱을 낮추는 계기가 된 건 긍정적이지만, '아침 7시 오픈런' 등 혼잡한 풍경이 반복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혼잡한 주차장 문제로 대중교통 이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기도 하죠.

지난달 유홍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가 끝나자마자 '즐거운' 고민을 토로했는데요. 유 관장은 "(연간) 400만의 관객을 받고 거기다가 '케데헌' 붐이 일어나 (관객이) 밀려들고 있는 건 진짜 '즐거운 비명'인데, 관장으로 취임해서 첫 번째 해결해야 하는 게 주차 문제"라며 "그 좋은 전시회를 보고 나가려고 하면 한 시간 걸리고 들어올 때도 한 시간 대기한다"고 말했죠. 그는 공간을 확장하는 등 당장 대응은 어렵다며 "그렇다고 오지 말라고 할 수도 없고 평일이나 수요일 야간에 좀 와주시라"고도 부탁했습니다.

이런 과잉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으로 언급되는 게 바로 유료화입니다. 당초 국립중앙박물관 상설 전시관에 입장하기 위해선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나 2008년 5월부터 나이와 국적 모두 상관없이 상설 전시관이 무료로 개방됐는데요.

유 관장 역시 국립중앙박물관 유료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무료가 아니어야 했다"면서도 "이미 (입장료가) 무료로 되고 완전히 일상화돼 있는데, 어느 날 입장료를 받겠다고 했을 때 오는 국민적 저항은 감당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죠.

사실 유 관장의 언급 전부터 온라인상에서는 박물관 및 미술관 전시뿐만 아니라 고궁, 왕릉 등 주요 문화시설을 '유료화' 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습니다. 재정 확보와 질적 향상, 그리고 건강한 문화예술 생태계 유지를 위해 입장료를 받아야 한다는 취지인데요. 특히 외국인 방문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스스로 우리 문화의 가격을 낮추는 행위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소액이더라도 유료화 정책이 관람 태도에 책임감을 부여한다는 의견도 이어졌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 이탈리아 로마 바티칸 미술관은 우리 돈으로 1인당 4만 원 안팎의 관람료를 내야 합니다. 우리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같은 세계 10대 박물관과 규모·관람객 측면에서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게 유 관장의 설명이죠.

유료화는 관람 환경의 질을 유지하고 문화적 가치를 존중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데요. 반면 유료화 정책이 국민과 관광객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애니메이션이 촉발한 유례없는 인기 속에서, 우리는 어떤 박물관 문화를 그려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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