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생금융에 3.4兆 부었는데⋯더 내라는 정부 [고착화된 정치금융 中]

입력 2025-08-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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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2025-08-05 17:52)에 Channel5를 통해 소개 되었습니다.

경제 불황 속에 서민의 고통이 부각되면 은행의 높은 순이익이 도마에 오른다. ‘서민 고통-은행 호황-정치권 압박’이라는 구조는 정권을 가리지 않고 반복되는 현상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은행은 공공재” 발언과 이재명 대통령의 “이자놀이” 비판은 이러한 정치·사회적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시리즈는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은행권의 이면에 주목한다. 이자이익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현재의 수익구조가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진단하고 ‘강요에 의한 기부’가 아닌 진정한 의미의 ‘상생금융’ 방안을 모색한다.

소상공인ㆍ취약계층 지원 중인데
정부 배드뱅크ㆍ국민펀드 등 압박
1조 넘는 수익 교육세율도 높여
“혁신 서비스 재투자 여건 마련을”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그래픽=신미영 기자 win8226@)

“공공성 취지는 이해하지만 부담이 과도한 것도 사실입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5일 정부의 상생금융 압박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엄살이 아니다. 은행권은 자체 사회공헌 활동과는 별도로 2023년부터 3조4000억 원 규모의 소상공인·취약계층 금융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그러나 정부와 정치권은 여전히 "이자놀이 말고 투자 확대에 신경 써라"며 추가 부담을 요구하고 있다. 첨단산업, 중소기업 투자 확대(생산적 금융)를 비롯해 113만 명의 빚을 탕감해 주는 ‘배드뱅크’ 설립 등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포용금융 청구서’가 줄줄이 대기중인 셈이다.

은행권은 금융시스템이 국민 생활과 밀접한 만큼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의 포용금융 재원이 상당 부분 민간 금융회사를 통해 조달되는 구조는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2023년부터 '상생금융' 3조 넘게 지원⋯은행이 댔다

2023년 말 18개 은행은 사회적 책임 강화를 위해 2조1000억 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국책은행인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의 정책금융 프로그램까지 더하면 지원 규모는 늘어난다.

우선 은행권 '공통 프로그램'인 자영업자·소상공인 이자 환급에 1조5000억 원을 투입했다. 개인사업자 대출을 받은 차주에게 1년간 4%를 초과한 이자 납부액의 90%를 돌려줬다. 애초 올해 말까지의 목표로 했지만 은행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조기 집행이 이뤄졌다. 나머지 6000억 원은 '자율 프로그램'에 배정됐다.

은행권은 이와 별개로 자발적인 포용금융을 실천 중이다.

2023년부터 가동 중인 '사회적 책임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은행권이 3년간 출연하기로 한 예산만 5800억 원에 달한다.

이 자금은 △취약차주 대출재원 출연(1500억 원) △채무조정 성실상환자 대출재원 출연(700억 원) △중소기업 보증재원 등 출연(1600억 원) △소상공인보증재원 출연(800억 원) △햇살론 15 등 취약계층 보증 재원 출연(900억 원) △'뱅크잇'활용국민참여공익사업(300억 원)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지난해 취약차주 대출재원 790억 원 등 2289억 원(39.5%)이 집행됐다.

현재 20개 은행이 추진 중인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도 빼놓을 수 없다. 지난해 말 가동된 이 프로젝트는 크게 △연체전 채무조정(1210억 원, 이자감면) △폐업자 채무조정(3150억 원, 이자감면) △소상공인 상생보증·대출(1000억 원, 출연) △컨설팅 제공(+α)으로 나뉜다. 은행들은 최대 7000억 원의 부담금을 지고 있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은 최근 '사회공헌활동 보고서'를 통해 "은행권은 단순한 기부를 넘어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 해결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공헌 활동 외에도 '민생금융 지원방안', '상생금융'과 같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노력도 지속할 계획"이라며 "소상공인을 위한 맞춤형 채무조정, 상생 보증·대출 등을 통해 이자 부담을 줄이고 재원 출연을 추진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소상공인 생태계 기반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더 내라"는 정부…공공성 압박에 속앓이

은행권이 포용금융 정책에 보폭을 맞추고 자체 노력도 기울이고 있지만 정부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은행의 공공성을 강조하며 추가적인 역할을 계속 요구 중이다.

특히 장기 연체자의 채무를 조정해주는 배드뱅크의 경우 예산 8000억 원 중 절반을 금융권이 부담하도록 했다. 은행권 분담금은 3500억 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은행이 100% 부담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됐지만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카드사,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함께 나누기로 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핵심 공약인 100조 원 규모의 '국민펀드'도 큰 산이다. 인공지능(AI)과 재생에너지 등 첨단 산업 분야의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조성되는 이 사업은 핵심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정부는 산업은행과 함께 모펀드를 조성한 뒤 금융권 등이 운용하는 자펀드에 후순위로 출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은행을 비롯한 금융사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끌어내기 위해 건전성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이다. 금융사가 지분 투자 시 부여받는 400%의 위험 가중치를 100%로 낮추는 것이다.

세법 개정안에 포함된 ‘횡재세’도 기다린다. 기획재정부는 최근 금융·보험사가 올린 수익금액의 1조 원을 초과하는 구간에 대해 교육세율을 0.5%에서 1.0%로 높이기로 했다. 기재부는 연간 약 1조3000억 원의 세금을 더 거둬들일 것으로 예상했다. 사실상 초과이익에 대한 과세 강화다. 상대적으로 수익규모가 큰 시중은행은 연간 1000억 원 이상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명칭은 각기 다르지만 정부가 요구하는 것은 결국 은행들이 더 많은 돈을 내라는 것”이라면서 “이자수익을 비판하고 출연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혁신적인 서비스 개발을 위해 재투자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여건을 마련해 주는 것도 국민인 소비자들을 위한 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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