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취약한 노동 여건에 놓인 이동노동자들을 위한 '쉼터'가 양산시에 들어섰다.
고용계약조차 불안정한 플랫폼 노동자들이 잠시 몸을 누일 공간이 생긴 셈이지만, 지속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선 보다 근본적인 지원 체계 구축이 과제로 떠오른다.
양산시는 오는 9월 개소를 앞둔 '이동노동자 거점 쉼터'를 11일부터 시범 운영에 들어간다고 4일 밝혔다.
장소는 중부동 청림타워 805호. 시는 "연이은 폭염 상황에 따라 노동자들의 긴급 수요에 대응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동노동자 쉼터는 지역 내 배달 기사, 대리운전 기사, 학습지 교사, 퀵서비스 기사 등 거리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이동 기반 플랫폼 종사자'들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양산시가 지난해부터 간담회와 설문조사를 통해 수요 조사를 진행했고, 총 1억 4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해 마련됐다. 공간엔 냉난방 설비, 안마의자, 정수기 등 기본 휴게 기능 외에도 노동자 대상 교육 및 상담이 가능한 별도 공간도 갖춰졌다.
양산시 관계자는 "특히 청림타워는 중부동 도심권으로, 유동인구와 접근성이 좋아 실제 수요자들이 자주 찾는 동선 안에 있다"며 "단순한 휴식처가 아닌, 노동자의 생존권과 권익을 지키는 통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관계자는 "전국적으로 이동노동자 전용 쉼터는 몇몇 광역시를 제외하면 극히 드물다"며 "양산처럼 중소도시에서 이러한 거점이 마련되는 것은 이례적이지만, 동시에 해당 시설의 지속성·운영 효율성을 검증할 중요한 시험대"라고 강조했다.
시는 이번 시범 운영을 통해 실제 이용 수요와 쉼터 기능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 향후 운영 방식을 보완할 계획이다. 특히 출입등록 시스템을 통해 이용 현황과 주요 개선사항을 체계적으로 수집해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이번 거점이 단기적 폭염 대응에 그치지 않고, 향후엔 이동노동자의 실질적 복지·권익 향상에 기여하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며 "노동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 반영해 제도화까지 연결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시범 운영이 지방 도시의 사회안전망 실험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쉼터 이후'다. 일터와 삶터 사이에서 존재감이 흐릿했던 이동노동자들이 실질적 제도권 안으로 들어설 수 있는 구조 전환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