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구를 위한 비용 절감인가요. 순정부품(OEM)이 아닌 인증부품이 장착된다는 불안감은 소비자의 몫인가요. 순정품을 사용하지 않음으로 생긴 비용 차액은 누구에게 돌아가는 건가요.”
지난달 정부 청원24 게시판에 올라온 자동차보험 표준약관 개정 철회 요구 청원 글이다. 이달 중순 시행되는 개정안을 두고 제도 개선 취지보다 소비자의 체감 손해가 크다는 뜻으로 읽힌다. 해당 청원은 3일 기준 3만1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자동차보험 개정 약관은 사고 차량 수리 시 지금처럼 순정품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국토교통부가 성능을 인증한 ‘품질인증부품’을 우선 적용하도록 한다. 대체 가능한 인증부품이 있는 경우 이를 기준으로 보험금이 산정된다. 순정품 사용을 원할 경우 차액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수리비 절감이 보험금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보험료 인하 효과로 연결될 수 있다며 개정 취지를 강조해 왔다. 인증부품은 순정품보다 20~40% 저렴해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개발원도 불필요한 보험금 지급이 줄어들면 자동차보험료가 약 3% 인하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효과가 소비자가 당장 체감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보험료 조정은 통계 누적과 갱신 절차를 거쳐야 반영되지만 인증부품 적용에 따른 불편은 사고 직후부터 시작된다. 이 시차 때문에 제도 개선이 오히려 ‘개악’처럼 비친다. 정책 취지를 이해하더라도 사고 당사자 입장에서는 당장의 손해가 더 크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정차 중 후방추돌 사고 등 과실 비율이 0인 피해자의 경우 억장이 무너질 일이다.
보험은 ‘혹시나’ 하는 위험에 대비해 ‘안심’을 사는 제도다. 그러나 이번 약관 개정은 제도적 명분만 있을 뿐 정작 그 안심을 담보하지 못했다. 충분한 논의와 공론화가 이뤄졌다면 지금과 같은 논란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늦게나마 당국이 보완책 마련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조만간 정책 목표와 제도 취지, 보안 방안을 설명하는 자리가 만들어진다고 한다.
정책은 설득을 전제로 해야 한다. 제도의 실효성을 되살리려면 소비자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소비자가 납득하지 못하면 ‘좋은 제도’가 될 수 없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금융당국이 깨닫기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