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선우 전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예견된 결말이었다. 전·현직 보좌진의 폭로로 불거진 ‘갑질’ 논란은 임명 직후부터 거센 후폭풍을 불렀고, 대통령실과 여권의 방어 논리는 여론을 되돌리지 못했다.
논란의 핵심은 사적 업무 지시였다. 자녀 서류 작업, 개인 일정 정리, 심지어 사적인 가족 모임 일정까지 보좌진이 챙겨야 했다는 증언이 연이어 나왔다. 이들의 주장은 단순한 갈등 수준을 넘어 ‘정치권력의 일상화된 사적 지시’라는 구조적 문제를 드러냈다. 강 후보자는 일부 내용을 부인하거나 정치적 의도를 시사했지만, 여론은 차갑게 돌아섰다.
문제는 그 이후다. 강 후보자의 사퇴는 일단락된 듯 보이지만, 제도 변화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논란은 진행형이다. 인사검증 시스템은 여전히 허점을 노출한 채다. 대통령실 인사 라인이 강 후보자의 전력을 사전에 알지 못했는지, 아니면 알고도 묵인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국회의원과 보좌진 사이의 불균형한 권력관계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여권 내부에서는 “의원-보좌진 관계는 일반 직장과 다르다”는 해명이 나왔지만, 그 ‘다름’이 곧 예외를 정당화하진 않는다. 보좌진이 수행하는 업무는 대부분 고도로 사적인 영역까지 확장돼 있고,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구조적 압박이 존재한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문제의식은 확대됐지만, 후속 논의는 보이지 않는다. 한 보좌진은 “우리도 기업처럼 다면평가제를 도입하면 좋겠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다. 국회 차원의 보좌진 권익 보호 장치는 여전히 미비하며, 인사 검증에 대한 대통령실의 반성과 시스템 개선 의지도 구체화되지 않았다. 정치권 내 갑질 문제를 ‘개인 일탈’로 수렴시키는 분위기 역시 그대로다.
강 후보자 사태는 단순한 낙마 이상이었다. 성 평등을 상징하는 인사의 추락은 곧 이 정부의 인사 기조와 감수성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인사의 상징성과 검증 실패, 여권 내부의 대응 태도는 정부 전반의 인사 시스템 신뢰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 사건은 정치권력 내 인권 감수성의 수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조국 사태’를 비판하며 도덕성을 강조했던 여권이 유사한 사안을 ‘정치공세’로 일축하는 모습에 적잖은 유권자가 실망감을 표했다.
‘강선우’라는 인사는 사라졌지만, 그를 둘러싼 구조는 여전히 제자리다. ‘정치권의 갑질’과 ‘인사 검증의 부실함’이라는 이중 과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다음 논란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단일 사건이 아니라 반복되는 구조의 일부였다면, 문제는 사퇴로 끝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