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로벌 제약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이 중국 항서제약(Jiangsu Hengrui Pharmaceuticals)과 최대 120억 달러(약 16조 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GSK는 28일(현지시간) 중국 항서제약이 개발 중인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치료제 ‘HRS-9821’의 중국 외 전 세계 권리를 확보하고, 추가로 최대 11개 신약 파이프라인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 옵션을 확보했다. 계약은 선급금 5억 달러(약 6950억 원)를 포함하며, 개발·허가·상업화 달성 여부에 따라 전체 계약 규모는 최대 120억 달러(약 16조6800억 원)까지 확대된다. 이번 계약은 GSK가 중국 바이오기업과 맺은 협약 중 역대 최대 규모다.
HRS-9821은 기관지 확장(PDE3)과 항염증(PDE4)을 동시에 타깃하는 이중저해제 계열의 흡입제 형태 치료제다. 현재 임상 1상 단계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고 있다.
GSK는 이번 협약에 대해 “호흡기 질환 치료제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는 동시에, 항서제약과의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글로벌 혁신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GSK 외에도 다수의 글로벌 제약사가 올해 들어 중국 바이오기업과 연이어 대형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로슈는 이노벤트 바이오로직스와 DLL3 표적 ADC 후보물질 ‘IBI3009’ 개발을 위해 선급금 8000만 달러(약 1112억 원) 포함 최대 10억 달러(약 1조39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올해 3월 총 25억 달러를 투자해 중국 베이징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중국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주요 연구 및 제조 계약을 체결했다. 또 아스트라제네카는 하버 바이오메드(Harbour BioMed)와 다중특이성 항체 개발, 시너론 바이오(Syneron Bio)와 매크로사이클릭 펩타이드 개발을 위한 협력을 체결하며 총 78억 달러 규모의 협약을 맺었다.
화이자도 3S바이오와 PD-1/VEGF 이중특이항체 ‘SSGJ-707’ 개발을 위해 최대 60억 달러(8조34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MSD(미국 머크)는 3월 중국 항서제약과 심혈관 질환 치료에 사용하는 경구용 리포지단백질(a) 억제제 후보물질 'HRS-5346'에 대한 독점 라이선스 계약을 최대 17억7000만 달러(2조4600억 원) 규모로 체결했다.
중국의 제약바이오산업 경쟁력은 지속해서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티펠(Stifel)은 올해 글로벌 제약사가 도입한 혁신신약 자산의 31%가 중국 기업에서 나왔다고 분석했다. 비중이 2015년 3%, 2020년 10%였던 것과 비교해 크게 증가했다.
중국에서의 임상시험 수도 꾸준히 증가세다. 한국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에 따르면 2023년 5033개였던 신약 파이프라인이 2024년 6098개로 늘었다. 올해 2월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가 ‘Outsourcing in Clinical Trials West Coast 2025 콘퍼런스’에서 한 발표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렀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자당 임상시험 비용이 저렴하고 피험자 모집 효율이 높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 제약바이오산업의 기술이전 규모가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며 “협력적 경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