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극한 폭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낮 땡볕 아래에서는 가만히 있기만 해도 땀이 줄줄 흐르고요. 해가 떨어진 밤에도 숨이 턱턱 막혀 잠을 잘 못 이루곤 합니다.
자연스레 냉방기 사용도 급증했습니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7월 4주차 일일 최대전력수요는 평일 기준 86.6~91.4GW를 기록했습니다. 지난 3주차에는 극한 호우에 따른 기온 하강이 냉방 수요 하락으로 이어졌지만 4주차부터 다시 폭염이 기승을 부리며 전력 수요가 급증했는데요. 이번 주(7월 다섯째 주) 역시 연일 기승을 부리는 무더위로 인해 전력 수요가 치솟을 전망입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에어컨을 강하게, 오랜 시간 가동하면 안 됩니다. '냉방병' 위험 때문인데요. 냉방병은 정식 의학 용어는 아니지만 냉방기기 사용량이 증가한 오늘날엔 여름철 대표 실내 질환으로 거듭났죠.
그런데 기침이 나고 몸살 기운이 있다고 단순한 냉방병으로 치부, 가볍게 넘기는 건 좋지 않습니다. 냉방병의 대표 증상이 다른 질환과도 유사하기 때문인데요.

냉방병은 실내외 온도 차가 5℃ 이상 벌어질 때 우리 몸의 자율신경계가 급격한 온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증상을 통칭합니다. 무더운 바깥 날씨와 달리 지나치게 낮은 실내 환경에 지나치게 노출된다면 말초혈관이 급격한 수축을 일으키면서 혈액순환이 잘 안 되고 자율신경계 기능이 떨어질 수 있죠.
냉방병의 주원인으로는 △에어컨 사용으로 인한 과도한 실내외 온도 차 △장시간 냉방 노출 △에어컨 필터나 냉각수 등의 세균 등이 꼽히는데요. 대표적인 증상은 두통, 근육통, 어지럼증이 나타납니다. 마치 감기처럼 목이 아프거나 기침, 콧물이 날 수도 있고요. 소화불량, 설사, 복통 등 위장장애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심할 경우 손발이 붓고 오한이 들 수도 있죠.
냉방병과 감기를 구분하는 방법은 일단 냉방 환경을 벗어나보면 됩니다. 이후 증상이 호전되는지 살펴봐야 하는데요. 다만 37.5도 이상의 발열이 지속되거나 심한 근육통, 기침,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지속될 경우 레지오넬라균에 의한 감염성 질환을 의심해볼 필요도 있습니다.
레지오넬라균은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증식합니다. 물만 있으면 어떤 상황에서도 존재하는 게 레지오넬라균인데요. 특히 위생적이지 못한 에어컨, 냉각탑수가 위험하죠.
독감형 레지오넬라증은 별다른 치료 없이도 1주일 이내에 호전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요. 만성폐질환을 앓거나 당뇨, 신부전 등 만성질환자, 면역기능 저하자, 흡연자에서 나타나는 폐렴형 레지오넬라증은 마른 기침과 고열, 호흡 곤란 등 증상을 보이는데, 심할 경우 의식장애가 나타날 수도 있죠. 적절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치사율이 40~80%에 이를 정도로 위험합니다.

문제는 냉방병 증상과 유사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고열과 기침 등의 증상을 냉방병으로 오인해 진단이 늦어지는 사례도 있었죠.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이달 13~19일 한 주간 국내 병원급 의료기관(표본 감시 221개소)의 코로나 입원 환자는 123명으로 집계됐습니다. 5월 초(4~10일) 146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인데요. 지난달 60명대까지 떨어졌던 주간 코로나 입원 환자 수가 이달 들어 지속 반등하는 모습이죠.
병원체 감시를 통해 확인된 코로나19 바이러스 검출률도 주간 입원 환자 수와 유사한 추이를 보이는 중입니다. 바이러스 검출률은 이달 13~19일 16.5%로 8주 새 최고치를 썼는데요. 선행지표인 바이러스 검출률이 높아지면 확진자가 늘어나고 2∼3주 후에는 입원환자가 증가할 수 있습니다.
앞서 전문가들은 일찍이 올여름 코로나19 재유행 가능성을 염두에 둬왔습니다. 코로나19는 지난해 비슷한 시기 재유행한 바 있는데요. 지난해 8월에는 입원환자가 한 주에 1441명까지 치솟았죠. 또 최근 중국, 태국 등 인접 국가에서는 5월 이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확산세를 보여왔는데요.
질병청은 올해의 경우 입원환자 수가 지난해 정점 대비 11분의 1 수준이긴 하지만, 8월 초까지 환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여름철 에어컨 사용으로 실내 환기가 부족해지고 휴가철을 맞아 사람 간 접촉이 늘면서 호흡기 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며 "손 씻기, 기침 예절, 실내 환기 등 기본적인 예방 수칙 준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결핵도 냉방병과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습니다. 기침이 2~3주 이상 계속되는 데다가 기침과 동시에 피가 섞여 나오는 객혈, 체중 감소 등이 나타난다면 냉방병이 아닌 결핵을 의심해 봐야 하는데요. 결핵은 6개월 이상 약물 치료를 통해 완치할 수 있는 만큼,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과 제때 치료받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한여름엔 온열질환뿐 아니라 냉방병도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냉방병이 지속되면 각종 감염질환에 취약해질 수 있고, 만성피로증후군이나 소화기 장애가 생길 수도 있는데요. 만성질환자의 경우 기저질환이 악화할 위험도 있습니다.
냉방병은 대체로 과도한 냉방 환경에서 벗어나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 자연스레 호전되는데요. 실내 온도를 24~26도로 적절히 조절하고 차가운 바람이 직접 몸에 닿지 않도록 방향을 천장 등으로 조절하는 게 좋습니다. 충분한 수분 섭취, 영양 공급, 가벼운 운동을 통해 전신 컨디션을 회복시켜야 하죠.
에어컨 필터 오염으로 인한 세균 감염이 냉방병의 원인이 될수도 있으니 정기적으로 에어컨 필터를 청소하는 것도 권장합니다. 2~4시간마다 5분 이상 창문을 열어 실내 공기를 환기시키는 게 좋고요. 혈액 순환을 돕기 위해 스트레칭 등 가벼운 근육 운동을 수시로 하고, 과로와 수면 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또 발열과 기침, 심한 근육통이 계속되고 호흡 곤란 등 증상이 있으면 감염성 질환일 수 있으니 반드시 병원을 방문해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여름 감기는 개도 안 걸린다'지만 에어컨을 항시 가동하는 오늘날엔 얘기가 달라집니다. 또 단순한 감기, 냉방병으로 생각했다가 코로나19나 결핵 등 진단이 늦어질 수도 있는 만큼,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도 유심히 관찰해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