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빅3가 90% 독차지
항공엔진 전주기 기술 보유 한화에어로
“자주국방·시장확대 위해 ‘넘사벽’ 분야 도전”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국내 최초로 첨단 전투기 엔진 독자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먼저 시도한 인도가 20년 넘는 노력 끝에 포기했을 만큼 난도 높은 영역이다. 연구를 진두지휘하는 윤삼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엔진사업부 연구소장을 최근 경기 성남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판교 R&D캠퍼스에서 만났다. 윤 소장은 “아직 후발주자지만 이번 1만6000파운드급 엔진 개발에 성공하면 독일·일본 수준까지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전투기는 현대 전장의 핵심 전력이다. 그 존재 유무가 전쟁의 승패를 가르기도 한다. 때문에 전투기의 핵심기술인 항공엔진 기술은 국가안보와 직결된 전략기술로 구분돼 각국이 폐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 현재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5개국만 항공엔진 독자 설계·제작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무기수출통제법과 수출관리법으로 항공엔진 기술의 해외 이전을 금지하고 역외적용까지 해 제3국 재수출도 차단한다. 윤 소장은 “수십조 원을 줘도 살 수 없는 기술”이라며 “항공엔진은 기계공학의 꽃이자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 같은 분야”라고 강조했다.
항공엔진 기술은 모든 엔진 기술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은 기술로 꼽힌다. 수 톤의 기체를 음속으로 띄우면서도, 1500도 이상의 고온과 수만 시간 작동을 견뎌야 한다. 가볍고 작으면서도, 절대 망가지지 않아야 한다. 엔진 코어는 6만 RPM(분당 회전수), 즉 1초당 1000회 회전을 견뎌야 한다. 아주 미세한 불균형만 있어도 엔진은 산산 조각이 날 수 있다. 부품만 1만5000여 개, 인증 항목은 200여 개에 달한다.

한화에어로는 국내 유일 항공엔진 전문기업이다. 1979년 이후 46년 동안 항공기·헬기 엔진 1만 대를 생산했다. 최근 10년간 항공엔진 개발에 1조8000억 원을 투자했고, 연구인력은 현재 200명에서 2028년 50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개발 목표는 KF-21 블록3 전투기 탑재용 1만6000파운드급 터보팬 엔진이다. 애프터버너 사용 시 2만4000파운드 추력을 낼 수 있으며, 무인기용 1400마력급 터보프롭과 1만파운드급 엔진도 병행 개발 중이다.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 규모는 약 500억 달러(한화 약 69조 5000억 원).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플랫앤휘트니(P&W) 그리고 영국 롤스로이스 등 ‘빅3’가 90%를 점유하고 있다. 윤 소장은 “코어 기술은 여객기·수송기·함정용으로 확장할 수 있어 잠재 시장은 훨씬 크다”고 말했다.
왜 굳이 독자 개발을 해야 할까. “온전한 자주국방을 위해서”가 윤 소장 대답이다. 한국은 그간 수입·면허생산으로 엔진을 수급했지만 성능 개량과 신무기 개발은 제한적이었다. 방산수출 측면에서도 필요하다. 그는 “KF-21, FA-50 수출은 미국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외교 변수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독자 엔진이 필수”라고 말했다.
경제적 효과도 크다. 산업연구원은 유지·보수·운영(MRO)까지 포함하면 항공엔진 개발이 100조 원 규모의 경제 파급효과를 낼 것으로 추산한다. 엔진 원가의 80%가 소재·부품이다. 국산화에 성공하면 100여 개 국내 기업이 부품을 공급할 수 있다. 엔진 하나가 산업 생태계를 키우는 셈이다.
방위사업청은 2027년부터 14년간 3조3000억 원을 투입해 첨단 항공엔진 개발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가 당장에 돈이 되냐 안되냐를 따지지 말고, 장기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사업 필요성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는 게 윤 소장 바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