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인공은 ‘가능하면 저 사람들처럼 생각하자’고 다짐한다. 그들이 돈과 인맥을 자랑하다가 청하지 않는 연극판의 현실을 위로해도, 유튜브 보고 주식을 시작하는 금융 문맹을 욕해도 주인공은 편견 없이 사람을 보는 자신을 다독인다.
그러다 가난을 어리석게 여기는 태도에 결국 발끈하고 만다. 아무리 특권으로 가득한 공간이지만, 분명히 선을 넘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인공은 그들의 위계를 재확인하는 그 공간을 연극처럼 벗어던지고 나온다.
현실에서도 공간은 왕왕 권력의 작동방식으로 통한다. 12‧3 비상계엄 직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포함해 법률 참모들이 모인 곳은 삼청동 안전가옥이었다. 참석자들 모두 단순 친목 모임이라 주장했지만, 내란특검은 ‘안가 회동’ 실체를 살펴보기 위해 조사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올해 1월 경호처를 동원해 관저 진입을 막았다. 수사기관의 체포영장 집행을 저지하기 위한 ‘위력 경호’였다는 게 특검 판단이다. 애초 침묵하던 경호처 지휘부 등 윤 전 대통령 복심들의 진술이 지금은 달라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다만 구속된 윤 전 대통령은 건강상 이유 등을 거론하며 특검 소환 조사에 불응 중이고, 내란 우두머리 혐의 형사 재판에도 3주 연속 불출석하고 있다. 여전히 특권이 작동하는 공간에서 교정직 공무원들이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리도 전해진다.
그렇기에 비상계엄으로 인한 시민들의 피해와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한 최근 법원의 판결은 상징성이 크다. 재판부는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대통령의 의무 망각” 등을 지적하며 원고(국민)가 청구한 위자료 10만 원을 전액 인용했다.
특히 “국민이 당시 공포·불안·자존심·수치심으로 표현되는 정신적 고통 내지 손해를 받았을 것이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국민의 일상적인 공간을 파괴했거나, 적어도 트라우마를 남긴 데 따른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추가로 피해배상 소송에 참여하겠다는 사람도 늘고 있다. 대법원까지 같은 판단을 내릴지는 알 수 없으나, 소송이 마무리될 즈음 계엄 주류들의 공간이 남아있을지 궁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