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재해를 당한 근로자가 일부 과실이 있더라도 일실수입(상실한 장래 소득) 손해액을 산정할 때는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을 적용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산재보험금보다 휴업에 따른 손실이 더 클 경우 이를 사업주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26일 근로자 A 씨가 건설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 씨는 2021년 6월 건설회사의 한 신축공사 현장에서 그라인더로 합판을 자르던 중 그라인더 톱날이 튀면서 왼쪽 손목을 다쳤다.
근로복지공단은 이 사고를 업무상 재해로 인정하고 A 씨에게 장해급여 5420만 원을 지급했다.
하지만 A 씨는 사고로 휴업 기간이 길어져 산재보험금만으로는 보전되지 않은 일실수입 손해(6730만 원)가 있다며 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1, 2심은 회사가 위험한 작업을 하는 근로자에게 보호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손해배상 필요성은 인정했다. 다만 A 씨의 부주의도 사고 발생의 일부 원인으로 판단해 회사의 책임을 70%로 제한했다.
이에 재판부는 A 씨의 과실(30%)을 먼저 상계하면 일실수입 손해에서 회사 책임은 4710만 원(과실 인정 비율 70%)에 해당하기에, A 씨가 받은 보험금 5420만 원을 공제한 뒤 일실수입 부분에서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없다고 봤다.
산재보험 가입자인 회사 측의 불법행위로 A 씨에게 보험금이 지급됐다는 이유에서 이른바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한 것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산재보험 제도의 목적과 사회보장적 성격을 고려해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야 한다며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제3자 개입 없이 산재보험 가입 사업주의 불법행위로 근로자가 산업재해를 입었고 그 손해 발생에 재해근로자의 과실이 경합된 경우에도 공단이 근로자를 위해 보험급여 중 재해근로자의 과실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종국적으로 부담하는 점은 다르지 않다”며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제3자의 개입이 없는, 이른바 ‘사용자 행위 재해’의 경우에도 공제 후 상계설이 적용되는지에 관해 처음으로 판시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