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조세법률주의, 의회유보의 원칙 등에 위배되지 않아”

가업승계 자녀에게 증여세를 감경해 주는 세제 특례제도와 관련해 경영권을 이전받지 않았거나 일정 기간 내 대표이사직에 오르지 않은 경우 그 특례를 배제하도록 한 규정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최근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6 제1항 등의 헌법소원에 대해 재판관 7인의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청구인 A 씨는 2010년 12월 아버지로부터 주식 지분 30%를 증여받았다. 이듬해 구 조세특례제한법 제30조의 6 제1항에 따라 증여 재산가액에서 5억 원을 공제한 뒤 10%의 세율을 적용한 8254만 원의 증여세를 냈다.
이후 2016년 10월 A 씨는 기업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하지만 세무당국은 A 씨가 주식 증여일로부터 5년 이내에 취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특례를 배제했고 약 4억 원의 증여세를 다시 부과했다.
구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르면 가업을 10년 이상 경영한 60세 이상 부모로부터 가업 승계를 목적으로 주식 등을 증여받은 사람은 증여일부터 5년 이내에 대표이사에 취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증여세 과세특례가 배제되고 증여세를 부과 받게 된다.
A 씨는 조세심판을 거쳐 법원에 증여세 부과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항소 역시 기각됐고 2021년 대법원도 같은 판단을 내렸다. 결국 2020년 11월 A 씨는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가업의 승계에 대한 상속세·증여세의 과세특례제도를 도입한 취지는 중소기업의 영속성을 유지하고 경제 활력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영권의 이전을 통한 가업의 승계’라는 요건의 충족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며 “처음부터 경영권을 이전받지 않아 가업을 승계하지 않은 수증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의 존재 여부에 상관없이 과세특례의 적용을 배제하도록 한 것이 현저히 자의적이거나 비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헌재는 일단 가업을 승계하였다가 이후 가업에 종사하지 않게 된 경우를 규율한 조항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과 관련이 없다며 재판의 전제성을 인정하지 않고 각하했다.
헌재 관계자는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의 요건인 ‘경영권 이전을 통한 가업승계’의 구체적 내용을 하위법령인 대통령령에 위임한 이 사건 조항은 조세법률주의, 의회유보의 원칙, 포괄위임금지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헌재는 가업을 승계한 후 가업에 종사하지 않은 수증자와 달리 처음부터 가업을 승계하지 않은 수증자에 대해 정당한 사유 유무에 상관없이 무조건 가업승계 증여세 과세특례를 배제하도록 한 조항이 조세평등주의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