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민] 유럽의 수돗물은 안전한가요

입력 2025-07-2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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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가끔 가게에 “물 한 잔만 주세요” 하고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아무 생각 없이 컵에 수돗물을 받아 준다. 물 한 잔 주는 인심이야 어디나 다 마찬가질 텐데, 한국 식당처럼 정수기가 없어서 처음엔 생수를 줘야 하나 수돗물을 줘야하나 망설였다.

그러자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 깔끔하게 정리해줬는데 “물 얼마예요?” 하면 생수, “물 한 컵 주세요” 하면 수돗물을 주면 된단다.

내가 수돗물에 대해 주저했던 이유는 한국생활 중 뿌리 깊게 밴 오해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이런 막연한 불신과 불안감은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지난해 한길리서치가 서울시 의뢰로 서울시민의 ‘먹는 물 패턴’을 조사한 결과 ‘수돗물을 그대로 마신다’는 답변은 1.4%에 불과했다. 그러나 안심해도 되는 것이, 한국의 수돗물은 국제기구가 평가한 환경성과지수(EPI)에서 100점 만점에 84.6점을 받아 안전성이 입증됐다. 이 점수면 거의 상위권이다.

이를 바탕으로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023년 기준 마실 수 있는 수돗물을 공급하는 국가 50개국을 선정했는데, 대부분 유럽 국가였으며 아메리카대륙에서는 미국, 캐나다, 코스타리카, 칠레 등 4개국만이 수돗물의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아시아지역 또한 한국, 일본, 싱가포르, 호주, 뉴질랜드 등에 그쳤다.

유럽의 수돗물이 이처럼 안전한 이유는 유럽연합(EU)에서 사람이 마시는 물의 품질에 관한 ‘음용수 지침’을 만들어 회원국들에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EU 회원국은 음용수 지침에 따라 자국의 수돗물을 정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테스트해 유럽집행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이때 각 국가는 자국의 상황에 따라 추가 물질을 규제하거나 새로운 기준을 더 넣을 수 있지만 EU 음용수 지침보다 기준을 낮게 설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유럽 국가의 수돗물이 국제기준을 충족하는 건 아니다. 독일의 한 디지털 정보 포털에 따르면 “엄격하게 정제되지 않은 수돗물은 A형 간염, 콜레라, 발진티푸스 또는 심한 설사와 같은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다”며 “특히 동유럽 국가를 여행하는 사람이라면 병으로 된 생수를 마실 것”을 권장했다.

이와는 별개로 유럽의 수돗물에 석회질 성분이 많아 음용에 적합하지 않다는 논란이 있는데, 당장 포털에 검색을 해봐도 이와 관련된 많은 글들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우려와는 달리 EU의 지침엔 수돗물의 석회질 성분에 대한 제한이 없다. 오히려 석회질을 구성하고 있는 칼슘과 마그네슘은 우리 몸의 필수 미네랄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견해가 여기에선 지배적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해외여행 중 수돗물 음용이 걱정된다면 믿을 만한 시판용 생수를 사서 먹는 게 제일이다. 모처럼의 여행을 먹는 물 때문에 망칠 수는 없지 않겠나. 코임브라(포르투갈)=장영환 통신원 cheho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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