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가균형발전’ 헌법 명문화 필요하다

입력 2025-07-23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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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광수 송현경제연구소 거시경제본부 대표

우리나라는 현재 수도권에 인구와 자원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는 반면 지방은 인구 감소와 산업기반 붕괴, 교육·의료·문화 서비스의 약화 등으로 지속 가능성이 의문시되고 있다. 수도권은 국토 면적의 약 12%에 불과하지만,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이 거주하고 있으며 지역내총생산(GR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기업의 86%가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각종 교육·문화·의료 자원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수도권 중심 발전은 산업집적의 효과와 생산성 향상을 통해 국가의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 바 있지만, 그 이면에는 지방의 소외와 공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지방은 청년 유출과 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가 급감하고 있으며, 병원과 학교, 교통망 등 필수 인프라가 부실해져 일상생활의 기반조차 위태로워지고 있다.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은 경제적 측면에서의 산업경쟁력 약화를 넘어, 공동체의 해체와 삶의 질 저하를 초래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위기이며, 국토 전체의 지속 가능성에도 중대한 위협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한 행정적 불균형이 아니라 헌법적 차원의 문제이며, 국가 운영 원리의 근본적 전환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국가균형발전은 정책 차원을 넘어 헌법적 대응이 필요한 시대적 과제라 할 수 있다.

역대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왔지만, 정책의 일관성과 실효성 면에서는 많은 한계를 드러내왔다. 중앙정부 주도의 단기적이고 변동성 높은 정책으로는 근본적인 지역격차 해소가 어렵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목할 만한 것은 독일과 프랑스의 헌법적 접근 방식이다.

독일은 헌법에 해당하는 기본법을 통해 지역 간 균형발전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하고 있다. 기본법 제72조는 모든 국민이 균등한 생활조건을 누릴 수 있도록 보장하는 것을 연방정부의 과제로 규정하고 있으며, 제106조와 제107조에서는 연방과 주(州) 간의 재정 조정을 통해 지역 간 재정 불균형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프랑스 또한 중앙집권적 전통 속에서도 헌법 제1조에 ‘분권화된 공화국’임을 명시함으로써 지방자치의 원칙을 헌법적 가치로 삼고 있다. 특히 2003년 개정된 헌법 제72조는 지방정부의 자치행정권을 보장하고 있으며, 특정한 권한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이양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헌법에 지역균형발전을 명시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지속적이고 일관된 지역발전 정책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우리 헌법 제123조 제2항은 ‘국가는 지역 간의 균형 있는 발전을 위해 지역경제를 육성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헌법적 차원에서 국가균형발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나, 표현이 모호하고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라는 한계가 있다. 단순히 경제 영역에 국한되지 않고, 교육, 복지, 문화, 보건, 환경 등 국민의 삶의 질 전반을 포괄하는 ‘국가균형발전’의 개념을 명확히 하고, 이를 국가의 포괄적이고 구속력 있는 책무로 규정하는 조항이 필요하다. 또한 국가의 책무를 선언적으로 규정할 뿐,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 기준이나 제도적 장치가 결여되어 있어 구속력 있는 책무로 기능하기 어렵다. 무엇보다 지역 간 불균형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재정력의 격차다. 지방정부는 자체 수입 기반이 취약한 반면, 중앙정부에 재정이 집중되어 있어 지역 맞춤형 정책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어렵다. 따라서 헌법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간의 재정조정 원칙을 명시하고, 국가가 지역 간 재정 불균형 해소를 위해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헌법 전문에 국가균형발전을 포함시키는 것은 국가가 모든 지역을 동등한 공동체 구성원으로 존중한다는 상징적 선언이자, 향후 하위 입법과 정책 전반에 지속적인 방향성을 부여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수 있다. 국가균형발전의 헌법 명문화는 대한민국이 지속가능한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추진되어야 할 과제이며, 지방의 생존뿐 아니라 국가 전체의 존속과 번영을 위한 전환점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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