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 국내 엔터 첫 법인 설립
네이버, 정부 기관과 AI 파트너십

과거 플랜트 수출지로 여겨졌던 중동이 이제는 K콘텐츠, 인공지능(AI), 스마트시티 기술을 둘러싼 글로벌 ICT 기업들의 전략적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비전 2030’ 전략에 따라 석유 의존도를 줄이고 산업 다변화를 본격화하면서 디지털 전환, 콘텐츠 개방, 스마트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CJ ENM에 따르면 회사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기업 최초로 사우디 리야드에 중동 법인 ‘CJ ENM 미들 이스트(Middle East)’를 설립했다.
올해로 문화사업 30주년을 맞은 CJ ENM이 글로벌 확장의 원년으로 삼고 축적된 콘텐츠 기획·제작·유통 역량을 바탕으로 K팝·드라마·영화 등 IP 현지화 사업에 본격 착수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시장 안착을 위해 CJ ENM은 사우디 국부펀드(PIF)가 출자한 엔터테인먼트 기업 셀라(SELA)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젊은 소비층의 급부상과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이 맞물리며 중동은 한국 기업들에 새로운 전략 시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구 구성 측면에서 사우디 전체 인구의 60%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구성돼 있어 Z세대를 중심으로 한 디지털 콘텐츠 소비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이는 K팝, K드라마 등 한류 콘텐츠가 빠르게 확산하는 배경이자 CJ ENM 등 한국 콘텐츠 기업들이 중동 현지화를 서두르는 핵심 이유다. 김현수 CJ ENM 중동 법인장은 “사우디아라비아는 인구의 62% 이상이 30세 미만으로 구성된 젊은 소비시장으로 대중문화 산업 전 분야에서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정부 주도의 디지털 전환 정책도 뒷받침되고 있다. 사우디 정부는 ‘비전 2030’을 통해 콘텐츠, 스마트시티, 인공지능(AI) 등 비석유 기반 신산업 육성에 국부펀드(PIF)를 활용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특히 정부와 민간 기업 간 직접 파트너십 체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제도적 제약이 많은 다른 신흥국들과는 확실한 차별성이 있다.
또한 중동은 미국과 중국의 빅테크 기업들이 플랫폼이나 기술 지배력을 뚜렷하게 구축하지 못한 지역으로 ‘퍼스트무버’ 전략이 통하는 몇 안 되는 거대 시장으로 꼽힌다. 국내 ICT 기업들이 스마트시티, 로보틱스, 디지털 플랫폼 등 기술 역량을 앞세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및 국영기업과 본격적인 협력에 나서며 중동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클라우드, 디지털트윈, 스마트시티 등 기술 전반에 걸쳐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며 단순 진출을 넘어 ‘디지털 인프라 파트너’로 위상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는 사우디 3개 도시에 디지털트윈 플랫폼을 구축한 데 이어, 사우디 국립주택공사(NHC)와 합작법인 ‘네이버 이노베이션’을 설립하고 최근에는 국부펀드(PIF) 산하 부동산 개발회사 ‘뉴 무라바’와 로보틱스·자율주행·스마트시티 기술을 적용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이를 통해 네이버는 사우디 내 디지털 도시 인프라 구축 사업에 직접 참여하며 현지 기술 생태계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크래프톤도 중동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크래프톤은 2021년 중동 모바일 게임 개발사 타마템게임즈에 600만 달러를 투자하며 아랍권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했다. 이후 중동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보유한 대표 IP인 ‘펍지: 배틀그라운드’가 2024년 사우디 리야드에서 열리는 ‘e스포츠 월드컵’의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며 크래프톤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졌다. 비전 2030을 앞세운 사우디의 산업 개방 기조에 한국 기업들이 발맞추며 중동은 단순 소비 시장을 넘어 전략적 생산·협력 파트너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