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새 시도 의미 있지만...공급·재원 모두 불확실”
서울시가 연 2000억 원씩 10년간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조성함으로써 공공주택 공급 속도와 물량을 늘리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현실성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전문가들은 정책 시도는 해 볼 만하다면서도 유관기관이 협력해 정책을 꾸려야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2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주택진흥기금' 정책은 오세훈 서울시장이 이달 초 출장으로 방문한 오스트리아 빈에서 보고 온 제도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빈은 지자체와 연방정부 예산을 활용한 주택 진흥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해당 공공기금으로 민간에 지원금을 주는 방식으로 임대주택을 확보하고, 민간 수익에 제한을 둠으로써 저렴한 임대료와 안정적인 주거권을 보장한다.
오 시장은 최근 취임 3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공공주택 진흥기금을 도입하기 위해 부서에서 검토한 결과 실현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판단이 나왔다”며 “토지마련부터 건설비용까지 민간 투자를 유도해서 임대주택 공급의 마중물 역할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정책의 관건은 기금을 활용해 토지 매입비, 건설비 등 실질적인 비용을 민간 사업자에게 대출함으로써 주택 공급을 촉진한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을 근거로 민간 사업자에 용적률 완화 등 인센티브를 부여해왔지만, 이보다 추가적인 재정 지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시는 연간 2500가구의 공공임대 주택을 늘리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해당 기금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느냐다. 연간 2000억 원 규모로 공공임대 주택 2500가구를 공급한다 하면 주택 한 가구당 8000만 원 가량 예산을 쓴다는 의미다. 그런데 공공임대주택 1가구를 공급하는 데 드는 사업비는 8000만 원을 훌쩍 넘어선다. 지난해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개최한 ‘공공임대주택 지원확대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공공 임대주택 1가구 당 소요사업비(LH 내부자료 기준)는 3억200만 원 수준이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1년에 2000억 원을 투입한다고 해서 몇 가구나 지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낫겠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 정도의 효과일 것”이라고 말했다.
연 2000억 원 규모에 이르는 대규모 재원도 마련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서울시에 따르면 기금 재원은 순세계잉여금과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서 받는 배당금 등 기존 세입원을 활용해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입장이다. 다만 이것만으로 충분할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 주택진흥기금은 새로운 시도다. 서울 같이 지자체를 한정해서 기금을 운영하는 제도는 종전에 없었다”며 “새로운 시도라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 만한 가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원 조성에 대해서는 서울시에서도 자세히 밝히지 않았는데, 가능할지 두고봐야 한다”며 공급물량과 관련해서도 “연간 2500가구를 공급한다고 하는데 서울 어느 지역에 공급할 수 있을지 예측이 힘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 또한 “서울시 혼자 할 수 없는 영역의 정책”이라며 “경기도, 인천시, 국토부 등 유관기관이 총력으로 함께 유기적으로 대응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