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시각] 가상화폐 3법 통과 美, 컨트롤타워 부재 韓

입력 2025-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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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효진 금융부장
▲장효진 금융부장
가상화폐 3개 법안이 17일(현지시간)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디지털 자산 규제와 관련한 ‘클래러티 법안’, 연방준비제도(Fed)의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금지하는 ‘CBDC 감시 국가 방지법안’, 스테이블코인 규제 틀을 만든 ‘지니어스 법안’이 모두 하원의 문턱을 넘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지니어스 법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기다렸다는 듯 하원 통과 다음 날 지니어스 법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쩌면 인터넷 탄생 이후 금융 기술에서 일어난 가장 위대한 혁명일 수 있다”고 했다.

지니어스 법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우선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비주류 취급을 받던 가상화폐가 기축통화국인 미국의 제도권에 편입됐다는 상징성이 크다.

미국의 달러 패권 강화 효과도 있다.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같은 법정화폐와 일정한 교환가치를 가지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다. 지니어스 법은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때 같은 가치의 달러나 단기 미국 국채를 담보로 사도록 의무화했다. 이렇게 되면 스테이블코인이 국채 수요를 흡수하면서 중국 등 경쟁국의 보복성 국채 매도 압박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 지난 3월 기준 미국 국채 보유국 순위는 일본 1위, 영국 2위, 중국 3위다. 중국의 미 국채 보유액은 25년 만에 영국에 밀려 한계단 떨어지기도 했다.

무엇보다 중국이 보유한 국채는 미국에 잠재적 위협이다. 중국이 일시에 대량 매각할 경우 미국 국채 가격과 금리가 출렁이면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질 위험이 크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이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 미국은 이런 걱정을 덜고 국채 발행이 가능해진다. 미 스테이블코인 발행사 테더(USDT)의 경우 준비금 중 약 80%를 미국 국채 중심의 안전자산으로 구성했다. 지난 1분기 기준 테더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약 12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우리나라(18위)의 미 국채 보유액(약 1258억 달러)과 맞먹는다. 미국이 세계 경제의 리더십을 유지하는데 더할 나위 없는 우군을 확보한 셈이다.

미국은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국채 시장이 안정화되면 확장 재정 정책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도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채의 수요를 늘려 금리를 낮추고 앞으로 수세대 동안 달러의 세계 기축통화 지위를 공고히 할 것”이라고 했다. “기축통화는 너무 중요하다. 우리가 그걸 잃으면 그건 세계대전에서 지는 것과 같을 것”이라고도 했다. 지니어스 법을 추켜세운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지니어스 법이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파장도 만만치 않다. 국가 간 송금 방식 등 국제 결제 시스템의 판도가 아예 바뀔 수 있다.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포퓰리즘으로 바라볼 계제가 아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구조적 전환이 예고됐지만 한국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중국과 러시아도 자국 화폐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서두르고 있다. 우리 대응이 시급하지만 컨트롤타워의 리더십 공백이 길어지면서 민간 금융사들도 갈피를 못 잡고 있다. 은행권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 상표권 출원이 이어지고 있지만 개운치 않다. 한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금으로선 할 수 있는 게 이것(상표권 출원)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우리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뼈아픈 발언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20일 금융위원회 권대영 사무처장을 부위원장(차관급)으로 발탁했다. 이전 정부에서 임명돼 한 달 넘게 어색한 동거를 이어가는 김병환 위원장에 대한 후속 인사는 이번에도 없었다. 당분간 권 부위원장이 새 정부의 금융 정책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

권 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 금융당국 조직개편부터 서둘러 확정 지어야 한다. 완벽한 방안을 찾겠다며 무한정 미룰 수는 없다.

현행 체제에서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게 급선무다. 금융당국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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