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07년 기상 관측 이래 118년 만의 폭염이 채 가시기도 전에, 지난주 전국을 강타한 기록적 폭우가 농촌을 덮쳤다. 인명과 재산 피해는 물론 농·축·수산물 생산지까지 초토화시켰다. 이미 고공행진 중인 장바구니 물가는 더욱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해마다 반복되는 기상이변이 이제 ‘변수’가 아닌 ‘재난 상수’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정부도 매년 터지는 기후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단 이번 집중호우로 피해가 큰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조속히 선포를 추진하는 등 신속 대응에 나섰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 호우 시·군별 피해현황에 따르면 19일 17시 기준 벼, 논콩, 멜론, 수박, 고추 등 농작물 침수는 2만4247헥타르(ha)에 달한다. 축구장(0.714ha)) 약 3만4000개에 해당하는 크기다. 농경지 유실·매몰은 83ha를 기록했다. 벼가 2만986ha로 가장 피해가 컸고 논콩 1860ha, 멜론 139ha, 수박 127ha, 고추 108ha, 쪽파 95ha 등의 순이었다. 축산물도 한우 28두, 젖소 32두, 돼지 829두, 닭 92만5000수, 오리 10만8000수, 염소 4두, 꿀벌 518군 등으로 피해를 당했다.
이번 호우로 가뜩이나 고공행진 중인 축산물 물가는 더 치솟을 전망이다. 이달 초 통계청이 발표한 2025년 6월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축산물의 경우 돼지고기(한돈), 소고기(한우), 달걀 등이 전년 동월 대비 4.3% 올랐다. 전체 물가가 2.2% 상승한 것에 비해 유독 오른 셈이다. 집중호우 피해가 농축산물을 많이 키우는 충남·전남 등에 집중되면서 7월 소비자물가는 6월보다 더 오를 전망이다. 축산물은 6월 6.2%로 2022년 6월(9.5%) 이후 35개월 만에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폭염과 폭우 피해로 농축산물 작황이 우려되자, 농식품부는 농가 피해 지원뿐 아니라 소비자 부담 완화를 위한 대책을 세웠다. 정부 가용 물량을 시장에 공급하고, 납품 단가를 낮추는 지원 등을 추진 중이다. 이에 맞춰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 유통업계도 잇달아 할인 행사에 나서며 물가 안정에 힘을 보태는 모습이다.
정부는 폭우 관련 2차 피해 예방을 위해 피해 작물 정리, 병충해 방지 등 피해 복구 노력에 총력을 다하기로 했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이날 수해 현장을 찾아 특히 많은 피해를 입은 경남 산청군 등의 빠른 수습과 복구대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도 충남 부여군 소재 시설원예 농가를 찾아 피해 농가를 위로하고 응급 복구 진행 상황을 점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