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 3조원대 머물며 두 자릿수 감소
2분기 7000억 이상 관세비용 부담 예상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25% 관세 부과라는 대형 악재에도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미국발 고율 관세, 환율 효과 축소, 인센티브 확대 등 복합 악재가 겹치며 수익성은 악화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2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각각 24, 25일 2분기 실적을 공식 발표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의 2분기 합산 매출은 75조6078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분기 기준 사상 최대 기록이다. 현대차는 46조5177억 원(전년 동기 대비 3.33%), 기아는 29조961억 원(5.5%)으로 각각 집계됐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해외 시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고부가가치 차량의 판매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수익성은 뚜렷하게 꺾였다. 양사의 영업이익은 각각 3조5331억 원(-17.4%), 3조42억 원(-17.6%)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두 자릿수 이상 감소한 수치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불확실성과 정책 변수에 직격탄을 맞은 결과다.
실적 악화의 핵심 원인은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지난 4월부터 전격 시행한 25% 고율 관세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수출 물량 가운데 상당수를 국내에서 생산하고 있어 관세 영향을 크게 받았다. 현대차·기아는 2분기에만 각각 약 8450억 원, 7200억 원 규모의 관세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환율 효과도 제한적이었다. 원·달러 환율은 1분기 평균 1453원에서 2분기 들어 1300원대 중반으로 하락하면서 수출 채널에서의 환차익 효과가 줄어들었다. 인센티브 확대도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 미국 내 신차 재고 증가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난 탓이다.
다만 일부 긍정적 지표도 눈에 띈다.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호조와 SUV·프리미엄 차종 중심의 제품 믹스 개선 효과로 평균 판매단가(ASP)는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기차 성장 정체 속에서 하이브리드는 대체 수요를 흡수하며 실적 방어에 일조했다.
미국에서의 선전도 고무적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총 89만3152대를 판매하며 역대 상반기 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글로벌 자동차 수요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북미 지역에서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한 셈이다.
매출과 판매는 증가했지만 수익성 하락이라는 이중적 결과는 하반기 경영 전략의 전환 필요성을 시사한다. 관세 부담이 지속되는 한 단기적 실적 반등은 쉽지 않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이 9월 종료되는 점도 전기차 부문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여기에 중국 시장 부진까지 겹치며 대외 리스크는 여전히 높은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매출 확대는 고무적이지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명백한 경고등이 켜진 셈”이라며 “하반기 관세 충격이 본격화되기 전에 북미 현지 생산 확대와 가격 전략, 하이브리드 등 수익성 높은 차종 중심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