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로] 일본 쌀 파동이 주는 교훈

입력 2025-07-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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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본의 쌀 가격상승으로 인한 파동은 우리에게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일본 최근 쌀 가격이 지난해 보다 거의 두 배로 상승하여 소비자 불만이 증대되었다. 지난 5월 21일, 일본의 에토 타쿠 농림수산성 장관이 사임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전 환경상이 후임 장관으로 임명되었다. 겉으로는 “쌀을 사본 적 없다”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여론 비판을 받아 사임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상은 쌀 가격 급등에 따른 정부 대응의 실패로 경질되었다고 한다.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정부 대책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러 의문이 제기된다. 일본 쌀 가격상승의 근본적 원인은 무엇인가? 통계분석도 다양하고 세밀하게 하는 일본이 왜 가격상승을 예측하지 못했는가? 일본의 중앙정부 대책은 왜 현장에서 먹혀들지 않았는가? 우리도 일본과 같은 파동이 오면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일본의 쌀 가격 상승원인은 기후변화, 생산량 감소 등 여러 가지이다. 학자들과 일본 정부는 다음 원인을 주로 제시한다. 이상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 지속적인 쌀 감산정책, 비축 쌀 방출 효과 미흡, 외식 수요 증가, 민간 사재기 등이다. 일본 정부도 비축미를 방출하는 등 여러 대책을 추진하였으나 효과가 작았다. 쌀에 대한 인식이나 중요성은 우리와 비슷하다. 쌀 소비가 감소하고 생산량과 재배면적이 줄어드는 것도 우리와 비슷하다. 우리는 1인당 소비가 1984년 130.1㎏에서, 2024년에는 55.8㎏으로 40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일본도 해마다 줄어 2023년 소비량은 50.8㎏이다. 연평균 쌀 생산량은 일본이 700만 톤(t) 수준인데, 지난해는 670만t 정도로 추정한다. 우리도 과거 600만 톤을 넘는 생산량을 보인 적도 있으나 지난해 생산량은 359만 톤 수준이다. 일본의 벼 생산 면적이 1970년대에 300만 헥타르(ha)였으나 2024년에는 124만ha로 줄었다. 한국은 1970년대 약 200만ha 재배면적을 가졌으나 지난해에는 69만7000ha로 줄었다. 일본은 약 50년에 걸쳐 감산 정책을 추진해온다. 우리도 지난해부터 벼 재배면적 8만ha를 감소하는 등 감산 정책을 추진한다. 현상도 비슷하고 정책도 비슷한 우리나라와 일본이다. 우리나라가 당장에 쌀 가격이 급등할 우려는 없으나 유사한 상황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잘 대응하자.

첫째, 수요공급의 안정에 지나친 중점을 두면 다른 사태가 발생한다. 쌀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 것은 재고물량 감소 등 여러 측면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수급균형에 지나친 중점을 두면 작은 변화에 민감한 영향이 나타나 다른 리스크를 가져온다. 일본의 학자들도 수급 상황을 너무 타이트하게 운영하면 조그만 변화에도 가격이 폭등한다고 지적한다. 적정 재고량을 잘 가져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FAO(국제식량농업기구) 등 국제기구에서는 총 소비량의 17% 또는 18%를 비상 대비 비축량으로 권고한다. 우리나라의 쌀 재고량은 약 120만 톤 정도이다. 국제기구가 추천하는 80만 톤을 초과한다. 매입비용은 제쳐놓고, 보관 관리비 등 부대비용도 연간 4500억 원에 이르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러나 일본과 같은 사태를 막고, 자연재해나 식량 안보 등에 대비하기 위해 총 소비량의 20% 정도로 비축량을 확대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쌀 가격 대책은 전문가 의견, 탁상의 수급 자료보다는 현장 확인이 매우 중요하다. 쌀 수요는 식량 수요, 가공 수요, 수출수요 등이 있다. 쌀 공급은 전년이월, 당년생산, 수입 등 수요를 합한다. 수급 자료만으로는 전 후년도의 수급과 가격전망을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한다. 쌀 수급표상의 생산, 소비, 재고 등의 수치와 실제 상황과는 많은 차이가 있으며, 수급자료가 가지는 한계도 많다. 필자가 농림축산식품부 식량정책과장을 할 때다. 가뭄이 오고 기상 여건이 심상치 않았다. 식량 수급 자료를 기준으로 판단하면 특별한 문제는 없었다. 그러나 쌀 수급 상황을 실제 점검하는 현장 확인이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당시 김성훈 농식품부 장관께 올렸다. 며칠 후 장관으로부터 'good paper'라는 메모와 함께 즉시 현장을 점검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현장을 확인하면서 수급표와 현장 상황은 매우 다르다는 점을 실감했다. 일본도 유사하다는 판단이다.

셋째, 정부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나타내는 데는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 유통업자들의 사재기 등 여러 부작용이 일어난다. 일본도 가격상승을 대비하여 2월에 21만 톤, 3월에 14만 톤의 비축미를 방출하였다. 그러나 최종 소비자 시장에는 426톤 만이 풀렸다고 한다. 정부 방출물량의 0.3% 만이 현장에 풀린 것이다. 쌀 사재기 등 부작용도 나타나 중앙정책이 잘 먹혀들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쌀 가격상승은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도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위기는 예기치 않게 올 수도 있고, 예기하더라도 대응이 늦을 수 있다. 대응하더라도 효과가 작다는 점을 잘 새기자. 쌀을 ‘시장 논리’에 의존하는 ‘상품‘서 벗어나 ’국가안보‘ 차원의 ‘전략 자원’으로 가져가라는 것이 일본이 주는 핵심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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