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시선] ‘관세 전쟁’ 우루과이 라운드의 교훈

입력 2025-07-17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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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농산물 방어하려다 3·4차산업 내줘
플랫폼법 두고 한미 정치 갈등 우려
시대착오적 규제에 집착해선 안 돼

1994년 우루과이 라운드 협상 때로 돌아가 보자.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국제 무역 질서를 관장해 왔던 GATT(관세무역일반협정) 체제를 대신해 설립된 WTO(세계무역기구)가 주관한 다자 간 무역 협상이다. 당시 주 의제는 ‘농산물시장’ ‘금융, 통신, 교육 등 서비스 분야’ ‘소프트웨어, 의약품, 음악 등 지식재산권 보호’였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오직 농산물시장 특히 쌀 시장 개방 문제에만 천착했다. 농민 시위가 연일 계속되었고, 당시 모든 언론들도 쌀시장 개방에만 열을 올렸다. 실제 한국 정부는 쌀시장 개방 협상에서 크게 선방했다. 다자간 협상이 무산되고 국가 간 FTA(자유무역협정)에서도 쌀시장 개방 협상은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 정부의 미국산 쌀에 대한 513% 관세와 농업지원금 같은 각종 비관세 장벽을 강하게 비판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농산물시장 보호에는 성공했는지 모르지만, 대신 금융·통신·소프트웨어·미디어시장 대응은 매우 미흡했다. 하지만 당시 시장 개방을 주도했던 미국이 주력했던 분야는 1, 2차 산업이 아니라 3차 서비스, 4차 지식·정보 분야였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미래 산업들이라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한국은 현재 시장을 방어한 대신 미래 시장을 내준 꼴이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공격이 예상보다 훨씬 거세다.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충격적이다. 이미 자동차·철강 등에 부과했던 관세까지 합하면 사실상 대미수출은 장벽에 막혔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런데 미국의 속내는 다른 데 있는 것 같다. 관세 폭탄과 별개로 한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법’을 문제 삼고 있기 때문이다. 하원의원 43명은 한국의 플랫폼법이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모방한 미국의 플랫폼들에 대한 비관세 장벽이라는 의견서를 내놨다. 무역대표부도 플랫폼 규제가 디지털 무역장벽이라고 지적해 왔다. 물론 이런 주장에는 테무나 알리바바 같은 중국 플랫폼 확장을 견제하려는 의도도 있어 보인다.

어쩌면 미국의 관세 공격은 자동차·철강 등 현재 시장보다 디지털 플랫폼 같은 미래 시장에 더 무게를 두고 있을 수도 있다. 30년 전 쌀 시장 개방 압력으로 지식·정보·서비스 시장을 무장해제시킨 전략을 다시 보는 느낌이다. 급기야 일방적인 관세 폭탄에 얼이 나간 한국 정부가 쌀과 소고기 시장 개방 카드로 협상하겠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디지털 플랫폼은 향후 모든 시장을 빨아들이게 될 것이다. 특히 온라인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로 인해 1위 사업자가 압도적으로 시장을 독점할 가능성이 높다. 후발 사업자의 역전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러므로 플랫폼 시장 개방은 미국의 글로벌 플랫폼들의 패권을 계속 유지하겠다는 의도라 할 수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만든 플랫폼법은 전자상거래,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플랫폼을 모두 규제 대상에 포함시키고 있다. 상거래 플랫폼과 사회·문화적 플랫폼을 구별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자칫 정치적 갈등이 야기될 수도 있다. 더구나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개별 국가의 정부 규제만으로는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여러 국가와 플랫폼 기업들이 협력하는 공동 규제가 절대 필요한 상황이다.

플랫폼법은 다분히 국수적이고 시대착오적이다. 더구나 새 정부는 시장경쟁이나 글로벌화에 부정적이어서 공정 규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사업자 중에 넷플릭스만 규제될 뿐, 국내 OTT는 물론 중국과 글로벌 시장에서 훨씬 많은 가입자를 가진 틱톡은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외교·안보·통상 정책에서 그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교조주의에 빠진 소아병적 대응이 아니라 시대에 부합할 수 있는 규제 패러다임 전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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